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산과 들 사이에서

주홍서나물 이름의 복잡한 내력



  주홍서나물

Crassocephalum crepidioides (Benth.) S.Moore


길가나 빈터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30~70cm.

줄기는 곧게 서고 털이 성기게 있다. 잎은 불규칙하게 갈라진다.

7~12월 개화. 꽃잎이 없는 꽃 여러 개가 뭉쳐서 땅을 향해 피며,

끝부분이 주홍색을 띤다. 남부지방에 주로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무슨 서나물이라고 불리는 식물이 세 가지가 있다.

쇠서나물, 붉은서나물, 주홍서나물인데 이들은 모두 국화과인데다가

어느 부분에서는 닮은 곳도 있어서 같은 집안의 식물이려니 했다.

그런데 출생증명서를 떼어보니 이들은 서로 다른 뜻의 서나물이어서

서나물 집안에 부모가 각각 다른 아이 둘을 양자로 들인 꼴이었다.

 

우선 쇠서나물은 잎이 소의 혀처럼 꺼끌꺼끌해서 유래한 이름으로,

쇠혀나물이 변음이 되었다는 설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외래식물인 붉은서나물은 강원도 대룡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1975년에

대룡국화로 발표되었으나, 1976년에 다른 학자가 붉은서나물로 명명했다.

붉은서나물은 잎이 쇠서나물의 잎과 닮았고 식물체가 약간 붉은색을 띠어

명명한 이름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붉은쇠서나물이라고 했어야 옳다.

이 식물의 ’, 는 몸체가 없어져서 누구의 혀인지 모르게 되었다.


 

그나마 붉은서나물과 주홍서나물은 많이 닮아서 친형제인줄 알았더니

주홍서나물의 는 앞의 두 와는 전혀 다른 의미라는 유래설이 있다.

 <한국식물명의 유래> (2005. 이우철)와 <한국식물생태보감> (2013. 김종원)에서

주홍서나물은 일본의 식물명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주홍서나물의 일본 명은 붉은넝마국화’(べにばなぼろぎく, 紅花襤褸菊)이다.

누비솜옷이 낡아 솜이 삐져나온 듯이 씨앗을 날리는 데서 유래한 이름으로,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 김종원 님은 주홍서나물의 서를 솜 로 보았다.

어쩌면 원래 명명자는 단순히 붉은서나물과 닮았다고 '서나물'돌림자를 쓴 것을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처럼 그 의미를 깊게 들여다본 해석일 수도 있겠다.


  

솜털이 삐져나온 누더기 옷을 닮았다는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지만

다 피운 담배꽁초를 닮은 꽃이 솜처럼 풍성한 씨앗을 만드는 것도 신기했다.

루뻬로 살펴보니, 새로 핀 꽃은 꽁초 가장자리가 높게 올라온 수꽃이었고,

수꽃이 꽃가루를 다 날리면 가운데가 봉긋해지면서 암꽃이 되는 것이었다.

 

주홍서나물은 외래식물로 잡초 성격이 있지만 토종식물이 비키라고 하면

말없이 자리를 양보해주고 바람을 따라 보헤미안처럼 정처 없이 떠난다.

그렇게 온순한 성격에 겸손하게 고개 숙인 꽃을 피우는 주홍서나물은

수수하고 편안해서 오래도록 사귀고 싶은 친구처럼 느껴진다.

 

2016. 10. 19.









 

 

쇠서나물

Picris hieracioides var. koreana Kitam.

 

산과 들의 풀밭에서 자란다. 높이 70~90cm.

줄기는 곧게 서고, 잎에 거센 털이 많아서 깔깔하다. 6~10월 개화.

꽃차례의 지름은 3cm 정도이고, 총포조각은 2열로 배열한다.

소의 혀처럼 깔깔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쇠서나물'이라고 한다.

 










붉은서나물

Erechtites hieracifolia Raf.

 

산기슭이나 들에서 자란다. 높이 1~1.2m.

줄기는 곧게 서고 세로줄이 있으며 다소 붉은 자주빛이 돈다.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쇠서나물과 비슷하나 털이 없다.

9~10월 개화. 머리모양꽃차례는 길이 1.5cm, 지름0.5cm 정도이다.

붉은 빛이 도는 쇠서나물이라는 뜻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