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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산과 들 사이에서

영월에서 대나물을 만나다



   대나물

Gypsophila oldhamiana Miq.

 

암석지대나 풀밭에서 자라는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0~120cm.

줄기는 여러 대가 나와 곧게 자라며, 가지를 치고 마디가 있다.

잎은 밑 부분이 좁아져서 잎자루처럼 되고 길이 6cm 정도로 자란다.

7~10월 개화. 지름 1cm정도의 꽃이 줄기 끝에서 취산꽃차례로 핀다.

 

 




 

옛날 우리나라에 화령’(和寧)이라는 작은 식물나라가 있었다.

화령의 식물백성들은 대나무처럼 곧은 줄기에 흰 꽃을 즐겨 피웠다.

이 식물나라에서는 왕의 호칭을 석죽(石竹)’이라고 했다.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잎을 내는 모습이 대나무를 닮았으며

그 생명력과 품격이 화령 백성의 상징으로 받들기에 합당했다.



그런데 오백여 년 전 어느 날 화령 왕가에 참사가 생겼다.

석죽의 숙부였던 패륜대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이 석죽이 되고

왕이었던 어린 조카를 영월로 유배시켜 대나물로 강등시켰다.

그 후에 권모술수에 능한 술패랭이 같은 대신들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기어이 폐위된 조카 석죽을 죽여서 강물에 던지고야 만다.


  이 일이 있은 후로 석죽이 된 패륜대군의 얼굴에 짙은 핏자국이 생겼다.

세월이 흘러 쿠테타의 전모가 화령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번지자

민심이 이반되어 백성들은 패륜대군을 더 이상 석죽으로 부르지 않고

패륜이 패륜이 하고 낮추어 부르던 것이 패랭이가 되었다.


  

강원도 영월 땅을 지나며 동강이 휘감아 흐르는 절벽 위에서

하얗고 작은 꽃을 피운 한 무더기의 대나물을 만났었다.

서해안의 갯바위 지대와 낮은 산자락에서 종종 만났던 대나물이

어떻게 이런 깊은 산중에 와서 살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나물은 그 마디와 잎들이 대나무의 모양과 많이 닮았다.

대나무를 닮은 식물이 바위에 자라면 자연스레 석죽이 된다.

그런데 어찌된 연유인지 석죽은 패랭이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이름으로 보나 모습으로 보나 석죽이어야 할 대나물을 제치고

왜 패랭이가 석죽이 되었을까 상상 끝에 흰소리 한번 해보았다.

 

2016. 10. 20.

    


 

 

 




끈끈이대나물

Silene armeria L.

 

바닷가, 강가 등에 잘 자란다. 높이 50cm 정도.

줄기 윗부분의 마디 밑에서 점액이 분비되어 끈적끈적하다.

5~8월 개화. 줄기 끝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져

지름 1cm 정도의 꽃이 분홍색이나 흰색으로 핀다.

유럽원산으로 관상용으로 식재하며, 일부가 야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