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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물 가까운 곳에서

페미니즘의 모델 물별이끼


 

물별이끼

Callitriche palustris L.

 

논이나 연못에 자라는 물별이끼과의 한해 또는 여러해살이풀.

줄기는 물속에서 길게 자라서 잎이 물 위에 뜬다. 물속잎은 선형이고,

물 위의 잎은 주걱상 거꿀달걀모양 또는 긴타원모양이다.

5~10월 개화.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마주보고 달리며 꽃잎이 없이

수술과 암술이 각각 1개씩이다. 주로 남부지방에 분포한다.

 

 


 

 

물별이끼는 연약하고 부드러우나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물이 일정한 곳에서는 미련 없이 한해살이풀로 생애를 마치고

물의 깊이와 흐름이 불규칙한 곳에서는 여러 해를 산다고 한다.

생명이란 그렇게 역경과 도전이 있어야 강인해지는 모양이다.

 

물별이끼의 이름은 물과 별과 이끼의 세 낱말이 합쳐진 것이다.

물속에서는 물처럼, 물 위에서는 별처럼, 물이 마르면 이끼처럼 산다.

이름만으로는 무슨 이끼 종류 같지만 여느 식물처럼 꽃을 피운다.


(박해정 님 사진) 

물속의 잎은 마주나며 솔잎처럼 가늘어서 물의 저항을 덜 받는다.

물 위에 뜨는 잎은 작은 주걱 모양이며 돌려나서

물 위에 떠 있기에 안정감이 있고 광합성에도 유리하다.

돌려나기를 한 물 위의 잎들은 그대로 연녹색 꽃이 되고

그들이 햇볕에 반짝이는 모습은 별처럼 아름답다.

 

습지나 연못 가에 물이 줄어서 물 밖에 사는 시기에는

잎겨드랑이마다 꽃을 피우며, 주로 바람에 수분을 맡기므로

꽃잎을 만들지 않고 수술과 암술을 한 개씩만 만든다.

이 시기에는 잎을 물속의 솔잎모양도, 물 위의 주걱모양도 아닌

작은 타원 모양으로 내기 때문에 마치 이끼의 무리처럼 보인다.

물에서 흔들리던 줄기는 땅에 닿아 마디마다 뿌리를 내린다.

 

(위로부터 물별이끼의 꽃, 열매, 씨앗 이동희 님 사진)

 

이 풀의 다양한 생태는 현대 여성이 살아가는 모습과 닮았다.

집안에서는 섬세하게 살림을 꾸리며 가족들을 보살피다가도,

집 밖으로 나오면 물 위에 반짝이는 잎처럼 스타가 되려하고

역경에서는 강인한 생활인이 되어 당차게 살아가니 말이다.

 

물별이끼는 여릿여릿하게 흔들리며 찬란하게 반짝이며

아름다운 생명의 노래를 부르는 페미니즘의 모델이다.

 

2016.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