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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물 가까운 곳에서

제갈공명이 심었다는 식물 소래풀

 

 


소래풀

Orychophragmus violaceus (L.) O.E.Schulz

 

하천 주변의 양지바른 들에 자라는 십자화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20~60cm.

줄기와 잎에 털이 없고 매끈하다. 뿌리잎은 더부룩하게 무더기로 나며,

깃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깊이 갈라지며 줄기잎은 아랫부분이 줄기를 감싼다.

4~5월 개화. 지름 3cm정도의 꽃이 줄기 끝에 모여 핀다.

중국 원산으로 주로 관상용으로 재배되었으며 일부가 야생화하였다.

 

 


 

 

소래풀은 50여 년 전에 <우리나라의 식물자원> (이창복, 1969)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외래식물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나 그 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미국가막사리(1969), 백령풀(1980),

미국쑥부쟁이(1986), 가시박(1995) 등에 비하면 꽤 만나기 어려운 식물이다.

십자화과의 이 식물은 종자를 멀리 보내지 못하고, 번식력도 높지 않고

별 효용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그 확산 추세가 더딘 듯하다.

 

소래풀의 일본 이름은 하나다이곤(はなだいごん), 우리말로 꽃무이고,

뿌리나 잎은 무를 닮았으며 꽃이 크고 아름답다는 의미이다.

중국 이름은 제갈채(諸葛菜)로서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군사(軍師)였던

제갈공명이 군량을 해결하기 위해 심었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대체로 이웃나라의 식물명은 자료를 통해 그 유래나 의미를 알 수 있는데

우리 식물 이름들은 그것을 발표한 학술논문에는 밝혀놓았는지 모르겠으나

일반인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늘 아쉬움이 남는다.


 

소래풀은 소래포구 부근에서 처음 발견된 것이 아닐까하고

막연하게 추측은 해 보지만 유래를 밝힌 자료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어떤 식물 이름의 유래를 안다는 것은 그 식물을 이해하는데 중요할뿐더러

하나의 이야기나 역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제갈채라는 중국이름에서 우리는 많은 상상을 할 수가 있다.

우선 이 식물은 주둔지를 자주 옮기는 군대의 특성으로 볼 때,

성장이 매우 빠르고 영양이 풍부할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요즘 무는 성인 여성의 종아리 굵기와 버금가지만 육종기술이 없었던

오랜 옛날에는 이 식물이 무를 대신했으리라는 생각도 해보고,

뛰어난 군사전략가로만 알고 있었던 제갈공명이 이런 분야까지

박학다식했구나하는 등의 흥미로운 상상을 해보게 된다.

 

(박해정 님 사진) 

소래풀은 꽃이 크게 인기를 차지할 만큼은 예쁘지는 않고

요즘의 다양한 야채들에 비해서 식용식물로도 알아주지 않아서

어떤 집의 화분에서 어느 날 소리 없이 가출했는지도 모른다.

그냥 도시주변의 공터에서 자유롭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중국에서 건너온 '원예가출식물'이려니 하고 짐작할 뿐이다.

 

2016.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