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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물 가까운 곳에서

진땅고추풀의 놀라운 생명력


 


진땅고추풀

Deinostema violacea (Maxim.) T.Yamaz.

 

논둑이나 습지에서 자라는 현삼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10~20cm.

줄기 밑에서 가지가 갈라져서 옆으로 뻗다가 수직으로 자란다.

잎의 길이는 1cm 미만으로 좁은 피침모양이거나 넓은 선형이다.

8~10월 개화. 지름 5mm 정도의 꽃이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린다.

 




 

진땅고추풀은 그 이름처럼 진땅에서 자라는 작은 식물이다.

이 진땅은 불안정한 곳이어서 가뭄이 길어지면 거북이 등이 되고,

비가 오래 오면 연못이 되고, 적당히 와주면 풀밭이 되는 땅이다.

이렇게 불안한 땅에서 꽃 피우는 작은 생명은 경이와 감동이다.

 

지금까지 이 식물은 남부지방과 제주도에 산다고 알려져 왔으나,

근래에는 경기 북부지방의 습지에서도 큰 군락이 발견되고 있다.

과거에 분포지 조사가 제대로 되었다면, 지구온난화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이 식물이 진땅에 사는 것까지는 맞는데 어디가 고추를 닮았을까?

일본 이름도 진땅고추풀이어서 일본 도감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니

진땅에 살며 그 열매가 고추를 닮았다는 설명이 나와있었다.

그러나 3mm 크기의 열매가 약간 길쭉한 모양만 고추를 닮았을 뿐

깨알만큼 작은 것을 고추를 닮았다니 좀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이 이름은 1949년에 발간된 <조선식물명집>(정태현, 도봉섭, 심학진)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박만규 박사는 나처럼 그 이름이 못마땅했던지

1974년에 <한국쌍자엽식물지>를 내면서 자주등에풀로 발표하였다.

자주등에풀이라고 새로 지은 이름도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이,

우선 등에풀(Dopatrium )과 진땅고추풀(Deinostema )이 다른 집안이고,

등에풀의 색깔도 연한 자주색이어서 또 다른 시비의 빌미가 있다.

   

 

이 작은 식물은 사람들이 무어라 부르든 아랑곳없이 열심히 꽃을 피운다.

그 꽃의 표정에는 불안한 땅에 살아가는 처지를 탓하는 기색도 없다.

비가 많이 내려 습지에 물이 차면 물속의 닫힌 꽃에서 씨앗을 만들고

지독한 가뭄이 들어 싹을 내지 못하면 느긋하게 몇 해 동안 잠자기도 한다.

이 작은 식물의 긍정적 생명력과 생존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이다.

 

2016.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