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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남도와 섬들에서

귀염둥이 홍노도라지와 애기도라지



  홍노도라지

Peracarpa carnosa var. circaeoides

(F.Schmidt ex Miq.) Makino


산지 숲 속에서 자라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15cm.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고 끝에서 줄기가 나와 자란다.

잎의 표면에 짧은 털이 퍼져나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4~6월 개화. 꽃부리의 길이는 4~8mm이며 5개로 깊게 갈라진다.

 

 



 

제주도에서는 홍노도라지와 애기도라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홍노도라지는 서귀포 홍노리(현재의 동홍동과 서홍동)에서 발견되어

붙은 이름이고, 애기도라지는 그 이름대로 작고 여린 식물이다.

이들을 볼 때마다 아주 오랜 옛날에는 하나의 종이었던 식물이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 별개의 종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노도라지와 애기도라지는 언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을까?

  

(깊은 숲속의 홍노도라지 군락)  

그 진화의 기간을 짐작해보려고 하니 어느 기업가가 한 말이 떠올랐다.

오늘은 어제의 나를 이겨야 한다. 매일 1%의 개선을 1년간 지속하면

1.01365일로 제곱한 수치, 무려 37.78배 만큼 실력이 늘어난다.

항상 개선하고 전진하면 평범한 사람도 비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계산법으로 식물의 진화에 걸리는 기간을 어림잡아 보았다.

어떤 종 집단의 특정 부위가 100년에 1%만 커진다고 가정해도

7천 년이면 200%, 즉 두 배의 크기로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애기도라지는 풀밭에서 7천 년 동안 키가 두 배가 될 수 있고,

홍노도라지는 그 세월 동안 잎의 면적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풀밭의 애기도라지 군락)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빌어 이 두 가지 도라지의 진화를 상상하자면,

만 년 전에 키가 10cm쯤 되는 작은도라지라는 조상이 있었는데

환경 변화로 어떤 작은도라지군락은 들판에, 어떤 군락은 숲에 살게 된다.

들에 사는 작은도라지중에서 키 작은 개체보다는 키 큰 개체가 더 많이

후손을 퍼뜨리는 현상이 오랜 세월 반복되어 지금의 애기도라지가 되었고,

숲에서 살게 된 작은도라지는 빛이 부족한 곳에서 잎이 넓은 개체가

광합성과 생존에 유리해서 오늘날의 홍노도라지 모습이 된 것이다.

 

다윈은 그의 역작 <종의 기원> 마지막 문단을 이렇게 장식했다.

생명은 태초에 조물주에 의해 단 하나의 형태로 불어넣어졌으며,

그 단순한 발단에서 극히 아름답고 극히 경탄할 형태가 산출되고,

지금도 산출되고 있다는 이 견해 속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작은 식물 홍노도라지와 애기도라지의 대 자연사를 상상하면서

다윈의 표현대로 장엄한 견해의 흉내를 한번 내보았다.

 

2016. 10. 16.

 

 





 




애기도라지

Wahlenbergia marginata (Thunb.) A.DC.


산과 들의 양지바른 풀밭이나 길가에 자란다. 높이 20~40cm.

전체에 털이 약간 있고 밑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줄기에 능선이 있다.

잎 가장자리가 두꺼우며 흔히 물결모양을 이룬다. 5~11월 개화.

꽃은 가지 끝에 1개씩 위를 향해 달리며 꽃의 지름은 5mm 정도이다.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