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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남도와 섬들에서

작고 못생겨서 고달픈 한라천마



   한라천마

Gastrodia pubilabiata Blume


어두운 숲 그늘에서 자라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5cm.

잎이 없는 부생란으로 뿌리는 천마와 닮았으며 길이는 2~5cm이다.

8~9월 개화. 종 모양으로 생긴 1cm정도의 꽃이 1~5개 달리고,

입술꽃잎이 위쪽으로 향해 있으며 2개의 부속체가 있다.

    



 

 

어떤 분이 한라천마를 처음 보고서 감꼭지를 닮았다고 했다.

그냥 못생겼다고 하자니 미안해서 에둘러 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 모양과 색깔은 감꼭지를 쏙 빼닮았고 크기만 작을 뿐이었다.

그리 예쁘지 않은 꽃이라도 꽃벗들이 몹시 보고 싶어 하는 까닭은

이 꽃이 단지 귀하고 특별하게 생긴 이유에서만은 아닌 듯했다.

  

  

한라천마의 꽃은 줄기와 잎도 없이 바로 땅에서 꽃몽오리가 올라와

금방 꽃을 피우고 이내 시들기 때문에 싱싱한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게다가 어두운 숲에서 흙과 낙엽의 부스러기를 뒤집어쓰고 나오므로

눈에 잘 띄지도 않고, 깔끔한 꽃을 만나려면 운이 좋아야 한다.

아름다운 이미지를 얻기 어려운 꽃이어서 오히려 도전하고 싶고

저마다 좋은 운을 기대하며 꽃벗들은 이 꽃을 찾는 듯하다.

 

내게도 어느 날 행운이 찾아와 금방 꽃이 핀 두 포기를

발견했을 때 마침 어두운 숲을 뚫고 햇살까지 잠깐 들어왔다.

흥분해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혹시나 땅속에 있는 싹들이

발 밑에서 상처받고 있지는 않을지 조심스러웠다.

사람들이 찾을수록 이 작은 식물에게는 고통일 것이다.


  

한라천마는 천마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키가 작지만

꽃이 진 후에 줄기가 어른 무릎 높이까지 자라기도 한다.

이 작은 식물에게 바라기는 부디 높이 줄기를 올려 씨방을 맺고

어느 바람 좋은 날 한라산의 깊숙한 숲으로 멀리 씨앗을 보내서

사람에게 밟히며 시달리지 않고 편안하게 번성하는 것이다.

 

2016. 10. 15.

 

 




 



천마(天麻)

Gastrodia elata Blume


숲이나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100cm.

부생란으로 작은 고구마 같은 덩이줄기에 마디가 있고 육질이다.

6~8월 개화. 꽃의 크기는 7~12mm이고 항아리 모양이다.

야생에서 드물게 자생하므로 약용식물로 재배도 한다.

하늘에서 내려준 마(麻)라는 뜻의 한약재명이기도 하다



(전정표 님 사진)


 




애기천마

Hetaeria sikokiana (Makino & F.Maek.) Tuyama


습기가 많은 산지 숲 바닥에서 자란다. 높이 5~18cm.

천마나 한라천마와는 다른 속의 난초로 분류된다.

부생란으로 땅속줄기는 산호모양으로 가지가 뻗는다.

7~8월 개화. 꽃의 크기는 8~10mm 정도이다.

제주도와 전라도 일부 지역에 자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