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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남도와 섬들에서

제주의 막내 잡초 솔잎해란초



 

솔잎해란초

Nuttallanthus canadensis (L.) D. A. Sutton


들이나 밭에서 자라는 현삼과의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 높이 30~60cm.

2012년에 국내미기록종으로 소개되어 생육특성이 알려지지 않았다.

4~6월 개화. 지름 5mm 정도의 꽃이 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로 달리며

줄기가 계속 자란다. 제주도 남부지역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에는 잡초로 부르기에는 미안한 잡초들이 많다.

잡초라는 말에는 귀찮고 하찮은 존재라는 보편적 인식이 있지만,

제주도의 몇몇 잡초들은 그런 관념들을 바꾸어야 할 만큼

 충분히 아름답고 인간의 생산 활동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

예외가 있다면 목초지에서 지나친 번식과 끈질긴 생명력으로

퇴치불능의 잡초라는 타이틀을 받은 서양금혼초 정도이다.

  

  

잡초들은 대개 양지바른 풀밭에서 봄부터 오래도록 자잘한 꽃들을 피우며,

묵은 경작지에서 왕성하게 번지고, 한해살이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주도에는 이런 잡초의 특성을 가지면서도 꽃이 아름다운 식물이 많다.

공식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된 순서대로 보자면 등심붓꽃(1949),

들개미자리(1976), 나도공단풀(1980), 서양금혼초(1987), 양장구채(2001),

둥근빗살괴불주머니(2007), 솔잎해란초(2012)가 바로 그런 식물들이다.

나는 이 아이들에게 제주의 일곱 가지 예쁜 잡초라는 그룹타이틀을 붙였다.

 

이런 외래식물들은 해류나 태풍에 종자가 실려 왔을 수도 있고

외국관광객들의 짐이나 화물선의 컨테이너에 묻어왔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고향을 보면 대체로 따뜻한 남쪽 나라들에서 온 것들이어서

제주의 온난한 기후에 정착하기에도 좋았으리라고 짐작이 된다.



솔잎해란초는 내가 뽑은 일곱 잡초 중에서 막내로 들어 온 풀로,

꽃은 해란초를 닮고 잎은 솔잎 모양이라는 뜻의 이름이다.

이 막내가 어떤 경로로 제주도에 오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눈에 잘 띄는 곳에서부터 번지는 바람에 호된 신고식을 치르는 중이다.

 

이 풀은 서귀포시 동쪽의 일주도로에서부터 번지기 시작했는데,

솔잎해란초의 무리가 돈 들여 심어놓은 꽃들 못지않게 아름다왔다.  

도로 조경을 책임지는 윗선에서 이 모습에 자존심이 상했는지는 몰라도

어느 날 많은 주민들을 동원해서 도로 화단의 잡초 제거작업을 벌였고,

솔잎해란초가 사라진 도로주변은 태풍이 쓸고 간 폐허처럼 되었다.



주민소득증대를 빙자한 선심성 예산낭비 사업이 아니기를 바랐다.

아무리 뽑아도 솔잎해란초는 내년에 씩씩하게 다시 피어날 것이고

제주도 모든 길 가에서 사랑받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 같다.


뽑히는 것이 잡초의 숙명이라면

 번성하는 것도 잡초의 숙명이다.

 

2016. 10. 19.

 

 




  

 




덩굴해란초

Cymbalaria muralis G. Gaertn., B.Mey. & Scherb.

 

바위나 담장에 붙어 자라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길이 1m 정도.

2009년에 식물분류학회지를 통해 발표된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로

분포지와 생태적 특성이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으며,

화분에서 기르던 것이 야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4~10월 개화.

자화해란초, 애기누운주름잎 등의 이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