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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남도와 섬들에서

꽃을 보기 어려운 제주의 양하



  양하

Zingiber mioga (Thunb.) Roscoe

 

숲에서 무리지어 자라는 생강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40~100cm.

줄기는 곧게 서며 잎 밑 부분이 줄기를 감싸며 댓잎 모양으로 난다.

8~10월 개화. 꽃의 지름 3cm, 길이 6cm 정도로 뿌리줄기 끝에서 나온다.

아시아 아열대 지방 원산으로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자생하거나 재배된다.






 

양하는 제주의 숲에 흔하고 남해안에서도 자라는 식물이다.

8월 하순에 땅에서 꽃봉오리가 불쑥 올라와 꽃을 피우는데,

뱀이 혀를 날름대는 모양 같기는 하지만 나름 예쁘기도 하다.

 

제주도의 숲 여러 곳에서 많은 양하의 군락을 만났으나,

좀처럼 꽃은 보이지 않고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만 어지러웠다.

그제야 양하의 꽃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꽃이 피기 전의 꽃봉오리를 따가기 때문에 꽃을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어쨌거나 이곳저곳을 뒤져서 아쉬운 대로 꽃 몇 송이를 찾기는 했다.


(양하 군락에서 어렵사리 찾아낸 양하의 꽃)

  

그리고 서귀포 장날을 기다려 구경도 할 겸 양하를 사러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좌판마다 수북하게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오천원을 주고 한 되 정도 사서 나물 무치듯 해서 맛을 보았더니

쓸데없는 호기심에 괜히 샀구나 하는 후회가 앞섰다.

 

양하의 맛은 살짝 매콤하면서도 심심하고 식감은 아삭하지만

질겨서 아무래도 나의 입을 즐겁게 해줄 것 같지 않았다.

표현하기가 애매한 향도 이상해서 그냥 버리려고 하다가

한 번만 더, 딱 한 번만 더 하면서 맛을 음미해 보니

처음의 거부감이 수그러들면서 상큼한 뒷맛이 남았다.


(양하무침을 만들기 위해 꽃봉오리를 살짝 데친 모습)

 

그래서 일단은 양하 맛과 잘 사귀어 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약하다고 하는 샹챠이 향과도 친해졌는데

이 정도의 서먹한 맛쯤이야 쉽게 친해지리라 싶어서 였다.

제주 토박이 한 분에게 양하장아찌를 부탁해 놓았다.

제주에 사는 동안은 제주 사람처럼 살아볼 생각이다.

 

2016.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