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남도와 섬들에서

가을의 귀여운 전령 방울꽃



방울꽃

Strobilanthes oliganthus Miq.


낮은 산자락의 그늘진 곳에서 자라는 쥐꼬리망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60cm. 8월 초순 ~ 9월 개화. 꽃부리의 길이는 3cm 정도.

줄기 끝이나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1~2개의 꽃이 위를 향해 달리며,

아침에 피기 시작해서 오후에 진다.





 

방울꽃이 피면 머지않아 가을이 온다.

이 꽃이 피면 아침저녁이 청량해지고 하늘의 별빛이 맑아진다.

해가 짧아지는 신호를 알아차린 단일식물(短日植物)들이 서둘러 꽃을 피워서

마치 꽃들의 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느낌이 든다.


방울꽃은 여름에 지친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전령이다.

이 꽃이 필 무렵부터 풀벌레들의 합창이 더욱 요란해지는데,

온갖 벌레소리 중에서 유난히 높고 맑은 소리를 내는 벌레가 방울벌레다.

 ‘방울꽃은 이 방울벌레가 울 무렵에 꽃이 피어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방울꽃은 1969년에 발간된 서울대학교 논문집에 실린

이창복 선생의 논문 <우리나라 식물자원>에 처음 등장한 이름이다.

이 꽃이 제주도에서만 드물게 자라는 까닭에 1960년대에야 발견되어, 

그 이전에 방울꽃을 부르던 다른 이름은 없었을 것이다.


 방울꽃의 이름은 스즈무시바나(スズムシバナ(鈴虫花)),

'방울벌레꽃'이라는 뜻의 일본명에서 차용해온 듯하다.

어떤 학자는 '방울꽃'을 '광대나물아재비라고 새로 이름 붙이기도했다.

남의 나라 이름을 흉내낸 듯한 이 이름이 내심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내력이 좀 마뜩찮기는 해도 방울꽃 방울꽃 하다보니

딸랑딸랑 방울소리가 나기도 하고 방울벌레 소리도 들린다.

무더위 끝에 머지않아 가을이라는 소식을 전하는 작은 꽃이

옛날 유성기 스피커나 시골 동네에 달린 확성기처럼 보인다.

가을이 깊어 방울벌레 소리가 사라지면

방울꽃도 더 이상 피지 않는다.


2016.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