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꽈리아재비
Mimulus nepalensis Benth.
물가나 습지에 자라는 현삼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0~30cm.
줄기가 연약하여 길어지면 비스듬히 자라고, 잎은 달걀모양이다.
6~8월 개화. 잎겨드랑이에서 길이 1.5cm 정도의 꽃을 피운다.
전국에 분포하나 비교적 희귀한 편이다.
중국의 고서인 전국책(戰國策)에 화사첨족(畵蛇添足) 이야기가 나온다.
흔히 사족(蛇足)으로 줄여쓰는 이 말은, 뱀을 다 그리고 나서 있지도 않은
뱀 발을 더 그리는 것처럼 쓸데없는 짓을 해서 일을 그르친다는 뜻이다.
초(楚)나라 때에 어느 집에서 제사가 끝나고 남은 술을 하인들에게 주었다.
많은 하인들이 나누어 먹기에는 술이 턱없이 모자라자 한 사람이 나서서
뱀 그리는 내기를 해서 가장 먼저 그리는 사람에게 술을 몽땅 주자고 제안했다.
모두가 찬성을 하고 뱀을 그리기 시작해서 얼마 후, 한 사람이 그림을 내고는
술병을 차지하려고 하자, 두번째로 빨리 그린 사람이 술병을 가로채며 말했다.
‘술은 내 것이오. 당신이 그린 뱀에는 다리가 있으니 어찌 뱀이라 할 수 있겠소?‘
(인디카 사진)
‘물꽈리아재비’라는 식물 이름이 바로 이 사족이 달린 이름이다.
물에 사는 '꽈리아재비'인가 찾아보면 ‘꽈리아재비'라는 식물이 없고,
‘물꽈리’와 비슷해서 아재비가 붙었나 알아보니 ‘물꽈리’가 없었다.
물꽈리아재비는 ‘물꽈리'나 ‘꽈리아재비' 둘 중 하나여야 말이 되고,
그것만으로도 이 식물을 나타내는 이름으로 부족함이 없다.
이 식물의 일본 명이 미조호즈키(みぞほおずき), 우리말로 ‘물꽈리’다.
1937년에 조선식물향명집을 만들면서 일본 이름과는 다르게 붙여보려는
학자들의 작은 노력이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에 와서는 알 길이 없다.
굳이 ‘물꽈리아재비’라는 이름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이름 풀이를 해보면
‘물 가까운 곳에서 자라며 가지과의 꽈리와 비슷한 열매를 맺는 풀’이다.
나 역시 뱀발을 그렸던 초나라 때의 그 바보와 다르지 않다.
때로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하고
이 스마트한 세상에 독자도 없는 글이나 쓰고 있으니 말이다.
물꽈리아재비 이름이 사족같다는 트집도 사족 같다.
2016. 10. 5.
애기물꽈리아재비
Mimulus tenellus Bunge
산자락의 습한 그늘에서 자란다. 높이 10~25cm 정도.
전체에 털이 없고 연하며, 가지가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린다.
6~9월 개화. 꽃의 지름은 7mm, 길이는 1cm 정도이다.
물꽈리아재비에 비해 꽃자루가 짧고 꽃받침도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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