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遠志)
Polygala tenuifolia Willd.
산지의 양지바른 풀밭에 자라는 원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cm 정도.
줄기가 가늘고 전체에 털이 거의 없으며, 잎은 솔잎처럼 가늘다.
5~7월 개화. 원줄기 끝의 꽃차례에 드문드문 달린다.
몽골, 러시아, 중국 등지에 분포하며, 국내에서는 경북 내륙에 자생한다.
‘Boys, be ambitious’
중학교에 다닐 때 교실에 붙어 있던 격언이었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로 번역되어 유명해진 이 구절은
1876년에 일본 북해도지사의 초청으로 삿포로 농과대학 설립을 도우기 위해
8개월 동안 동 대학의 초대 부총장을 지냈던 식물학박사 윌리엄 S. 클라크가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제자들에게 남긴 고별사에 나오는 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뒤에 이런 말이 이어져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이기적인 성취를 위해서도 아니고
사람들이 명성이라 부르는 덧없는 것을 위해서도 아니고
단지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얻기 위해 ...
이 문장에서 흔히 ‘야망’이나 ‘포부’로 번역되는 단어 ‘ambitious’는
원대한 포부라는 뜻의 ‘원지(遠志)’로 옮기면 의미가 보다 뚜렷해진다.
사실은 이 명구를 보다 잘 번역해보려고 일부러 고심한 것은 아니고,
원지라는 식물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문득 그 격언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런데 그 여리여리한 줄기에 자잘한 꽃을 피우는 작은 식물에
‘원대한 포부’라는 의미의 거창한 이름이 붙은 까닭이 궁금했다.
원지는 이 식물의 뿌리를 말린 한약재의 이름이 식물명이 된 경우인데,
지상에 나온 식물에 비해 아주 뿌리가 굵고 깊어서 붙은 이름이거나
심장과 정신을 안정시키는 약효 때문이 아닐까 추측할 따름이다.
그 당시 여자중학교 교실에도 ‘Boys, be ambitious’ 라는 격언이
붙어 있었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대에는 'Girls & boys'로 이 격언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Girls & boys, (스마트폰만 보지 말고) 원대한 포부(遠志)를 가져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요즈음 늘 목구멍에 걸려있다.
2016.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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