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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백두의 줄기에서

백두제비꽃이 되었어야 할 이름


 


장백제비꽃

Viola biflora Linne


높은 산의 그늘에 자라는 제비꽃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cm 내외.

자라는 줄기가 있으며 잎은 대부분 줄기에 달리고 콩팥모양이다.

5~7월 개화. 아래 꽃잎에 보라색 줄무늬가 있고 꽃 안쪽에 털이 없다.

북부 고산지역과 백두산 등에 넓게 분포하며 설악산에 드물게 분포한다.

    




 

   

정태현 박사는 우리나라 식물학의 개척자로 존경받는 분이다.

이분의 회고록 야책(野冊)을 메고 50, 1914년에 나카이박사와 함께

백두산을 탐사했던 기록을 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일행이 강계군의 외딴 집에 유숙을 하면서 저녁에 빠이나풀을 먹다가

안주인에게 농담삼아 장생불사하는 약이라며 한 조각을 주었다.

그녀는 이 귀한 것을 어찌 제가 먹을 수 있겠냐며 12Km나 떨어진 마을에

살고 있는 노부모에게 밤을 새워서라도 갖다 주고 올 채비를 했다.

안주인이 밤을 새워 먼 길을 다녀오면 자칫 아침식사가 늦어질 듯해서

농담으로 한 말이라며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다.

(* 당시에는 파인애플(pineapple)빠이나풀로 부른 듯하다.)

 

이 회고록에서는 백두산과 중국 쪽의 장백산맥을 정확히 가려서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이 다른 두 분과 함께 쓴 <조선식물명집>(1949)에는

백두산에 흔한 제비꽃이 장백제비꽃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장백산은 중국 사람들이 백두산을 부르는 이름이 아니던가?

 

  

수 천 가지나 되는 우리나라 식물이름 중에서 장백이 들어간 것은

장백제비꽃과 장백패랭이꽃(Dianthus repens Willd.) 두 가지 뿐인데,

이 두 이름이 모두 이 책을 쓰면서 처음 지어진 이름으로 보인다.

그 시대에는 그 식물들이 중국 땅인 장백산맥에서만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가정 하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이다.

  

오늘날 장백제비꽃이 설악산의 서북능선에도 발견되는 것을 보면,

이 식물은 백두산은 물론이고 개마고원에도 흔할 것이고,

백두대간을 따라 설악산까지 분포할 가능성이 충분하고도 남는다.

가끔 꽃 이름에 시비를 걸기는 해도 기왕에 그리 된 것 어쩌랴하지만

백두로 불러야 할 것을 장백이 된 이 이름만은 몹시 껄끄럽다


2016. 9. 7.






 

  노랑제비꽃

Viola orientalis (Maxim.) W. Becker

산지의 숲 속이나 양지바른 곳에 자란다. 높이 10~20cm.

잎은 거의 줄기에서 나며 아랫부분은 심장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다.

3~5월 개화. 꽃잎의 아래갈래조각에 보라색 줄무늬가 있다.

씨앗을 떨어뜨리고 나면 줄기가 사라지고 뿌리잎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