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백두의 줄기에서

윤동주의 고향에서 만난 꽃



 

좁은잎사위질빵

Clematis hexapetala Pall.


산자락이나 들의 풀밭에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0~80cm.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깃꼴겹잎으로 좁게 갈라진다. 6~7월 개화.

꽃은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달리고 지름은 2.5cm 정도이다.

국내에는 서해안 일부 지역에 자생하며, 중국 동북부와 몽골일대에 널리 분포한다.

 

 




 

내가 좁은잎사위질빵을 처음 본 곳은 윤동주 시인의 고향에서였다.

어린 동주가 살던 집 주변에는 그의 시비들이 여럿 세워져 있었고

그 중 가장 큰 돌에 그의 모습과 대표작인 서시(序詩)가 새겨져 있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 했다...‘

그는 이 명시를 우리들의 가슴에 새겨놓고 젊은 나이에 떠났다.


  

그가 어렸을 적 시인의 꿈을 키웠을 뒷동산에 올랐을 때,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위로 고개를 내민 꽃의 무리를 만났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없을 만한 하아얀 꽃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와하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바로 그 꽃이 사진으로만 만났던 좁은잎사위질빵이었다.

그러한 인연으로 이 꽃은 나에게 윤동주의 꽃이 되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몽골의 초원에서 이 꽃의 무리를 자주 보았고

우리나라 서해안의 해변과 섬에서도 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좁은잎사위질빵은 미나리아재비과 으아리속의 식물 중에서

유일하게 덩굴지지 않아서 식물체의 모습이 단정하게 보이고

 구슬모양의 하얀 꽃봉오리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좁은잎사위질빵, 꽃의 이름에는 시적인 낭만이 눈곱만큼도 없지만

순결한 흰색의 꽃은 그의 순수한 시와 어울리고

피지 않은 꽃봉오리는 못다 핀 그의 젊음처럼 안타깝다.

이 꽃은 내 마음 속에 윤동주의 꽃으로 피고 질 것이다.


2016.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