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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백두의 줄기에서

초원에 남긴 푸른 꿈 제비붓꽃



  제비붓꽃

Iris laevigata Fisch. ex Turcz.

 

초원의 습지에서 자라는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0~90cm.

5~6월 개화. 외꽃덮이 가운데 흰 줄무늬가 있다.

국내에서는 강원 북부에 드물게 자생하는 멸종위기2급 식물이나

백두산, 몽골 등 북부지방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물 찬 제비라는 말이 있듯이 제비와 제비붓꽃은 물과 가까운 친구들이다.

제비붓꽃이 자라는 습지는 제비들의 좋은 먹이 사냥터이기도 하.

제비붓꽃의 꽃잎(외꽃덮이)에는 제비의 하얀 가슴을 닮은 무늬가 있다.

제비붓꽃과 제비에서 보이는 짙은 청보라와 흰색의 담백한 대비는

격조 높은 아름다움을 자아내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강원 북부의 제비붓꽃 군락) 

 

우리나라에는 이 꽃이 멸종위기종(2)으로 지정될 정도로 귀하다.

그러나 제비붓꽃의 자생지에 가보면 문서상으로만 보호대상일뿐,

돌보지 않는 양노원의 쓸쓸한 노인들처럼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자연을 사람의 힘으로 보전하기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닌 제비붓꽃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하다.

 

일본에서는 제비붓꽃의 자생지를 천연기념물로 잘 보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 꽃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옛 시와 그림도 더러 전해진다.

2004년에 일본이 모든 지폐를 새로 발행할 때, 5000엔 짜리 지폐에

옛 일본의 유명한 화가 오가타 고린(尾形光琳, 1658~1716)의 대표작인

제비붓꽃 그림을 넣은 것으로도 일본인들의 제비붓꽃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두만강 유역의 제비붓꽃 군락) 

 

제비붓꽃은 꽃 자체도 아름답지만 무리지어 피는 모습은 감동이다.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제비붓꽃을 보러 가기가 미안해서

나는 가끔 백두산 자락이나 만주의 초원에 가서 아쉬움을 달랜다.

그곳에 아득하게 펼쳐진 제비붓꽃의 군락은 대자연의 걸작이었다.

 

그 대평원에서 주몽과 광개토대왕과 선구자들이 꿈을 키웠으리라.

영웅들은 가고 주인을 잃은 듯한 말들만 한가로이 풀을 뜯는데

그들이 품었던 푸른 꿈처럼 제비붓꽃들이 초원을 수놓고 있었다


(만주 벌판에서) 

 

2016.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