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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남도와 섬들에서

어쩔 수 없이 미워진 약모밀


  

약모밀

Houttuynia cordata Thunb.


민가 근처나 산지의 그늘진 곳에 자라는 삼백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50cm. 땅속줄기의 마디에서 뿌리가 내리며 줄기는 곧게 선다.

5~ 6월 개화. 꽃차례 밑에 꽃잎처럼 보이는 4장의 흰 꽃싸개잎이 있다.

식물체에서 비린내가 난다고 해서 '어성초(魚腥草)'라고도 한다.



 

 

식물들은 저마다 다른 모양,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들의 삶은 언제나 정당하지만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이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기게 되는 것들이 더러 있다.

이를테면 역겨운 냄새를 내는 식물이나, 독성분이 있거나

가시나 잎이 사나워서 가까이 하기 싫은 식물들이다.

나에게는 약모밀도 그런 풀들 중의 하나지만 좀 별난 까닭이 있다. 


 

약모밀은 동남아시아 지역이 원산지인 외래식물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들여와 약초로 재배하던 것이

풍토가 맞는 남부지방과 제주도 등지에서 야생화 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노랗고 자잘한 꽃들이 이삭모양꽃차례로 아래서부터 피어 올라가고,

꽃잎처럼 보이는 4장의 흰색 잎은 꽃받침잎이다.


약모밀은 식물체 전체에서 물고기 비린내가 나서 어성초(魚腥草)라고도 한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물고기 비린내 풀인데, 실제로 잎을 훑어 냄새를 맡아보면

생선만큼은 비리지 않고 고수 냄새처럼 약간 비위는 상하지만 신선하기도 하다.



사람들 중에서도 왠지 비린내가 나는 사람이 있는데,

화이트칼라에 금배지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유난히 그러하다.

약모밀의 하얀 꽃받침에 노란 꽃차례를 보면서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의 군상이 떠오르곤 했다.

금배지나 약모밀이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사실도 묘한 역사지만,

비린 사람들과 물고기들은 미끄럽게 잘 빠져나가는 생태도 닮았다.


금배지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세태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듯하다.

오죽하면 금배지를 단 사람들 중에 한 분이 금배지가 부끄러우니 이제는 바꾸자고

태극기배지 300개를 만들어 나누어 주는 지경에 이르렀겠는가.

약모밀의 이름을 '금배지풀'로 바꾸면 저들이 더 빨리 배지를 바꿀는지 모르겠다.

배움이 짧은 사람이 생선 비린내와 비리의 냄새를 가리지 못하여 횡설수설하였다.


2016.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