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남도와 섬들에서

거지같은 이름 거지덩굴




거지덩굴

Cayratia japonica (Thunb.) Gagnep.


숲 가장자리에 자라는 포도과의 여러해살이풀. 덩굴성으로 길이 3~5m.

6~ 10월 개화. 지름 5정도의 꽃이 산방상 취산꽃차례로 피며,

꽃 중심부의 화반(花盤)은 꽃이 피는 동안은 주황색이었다가 담홍색으로 변한다.

남부지방과 제주도, 울릉도에 분포한다.





 

거지덩굴이라는 불쌍한 이름으로 불리는 식물이 있다.

별로 거지같지도 않은데 왜 거지덩굴이라고 할까요?’ 하며 꽃벗에게 물었더니,

글쎄요... 아무데나 척척 걸쳐 사는 모습이 거지를 닮아서일까요?’라며 되물었다


   

그 궁금증은 일본의 식물도감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풀렸다.

거지덩굴을 일본에서는 야부가라시’(やぶからし)빈보가즈라’(びんぼうかずら)라고 부른다.

야부가라시는 너무 번식력이 강해서 다른 식물을 말려 죽이는 덩굴이라는 뜻이고,

빈보가즈라가 우리말로 거지덩굴로 번역할 수 있는 이름으로서,

이 식물이 번지면 숲이 거지처럼 너덜너덜 해져서 유래하였다고 설명이 되어있었다.

 

거지덩굴이 일본의 숲을 얼마나 거지처럼 만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덩굴이 그리 흔치 않을 뿐더러 숲을 거지처럼 황폐시키지도 않고,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제주도에서만 크게 설치는 듯 보였다.

남의 나라에서는 거지처럼 살거나 말거나,

우리는 우리가 보고 느끼는 모습으로 이름을 불러줘야 하지 않겠는가


(거지덩굴을 육지에서는 보기 드물지만 제주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거지덩굴은 풀머루덩굴이나 울타리덩굴처럼 이해하기 쉬운 이름도 있다.

풀머루덩굴은 열매가 자잘한 머루를 닮은 이 식물에 걸맞은 이름이고,

울타리덩굴도 울타리에 잘 걸치고 사는 이 식물의 생태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렇게 좋은 이름들을 두고 왜 하필 거지덩굴로 국명으로 정했을까?

거지덩굴이라는 이름이 재미있고 기억하기 쉽기는 하지만,

혹시나 이 이름마저 거지처럼 빌어온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2015.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