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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물 가까운 곳에서

누가 단양쑥부쟁이를 살렸나

 

 



 

단양쑥부쟁이

Aster altaicus var. uchiyamae Kitam.


냇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40~100cm.

2mm 이내의 좁은 잎이 줄기에 촘촘하게 달리는 특징이 있다.

9월부터 11월 사이에 지름 4cm 정도의 꽃을 피운다.

여주 부근의 남한강 유역에 자생한다.

 




 


삽질을 멈추시오. 생태계 파괴되고 단양쑥부쟁이 다 죽겠소.’

아니오. 비슷한 땅으로 옮겨 심으면 아무 문제 없소.’

한때 이런 논쟁으로 나라가 몹시 시끄러웠었다.

생태계가 잘 보전되었는지 파괴되었는지 판단하기에 아직은 이르지만,

단양쑥부쟁이 만큼은 안심해도 좋을 정도로 번성하고 있다




단양쑥부쟁이는 1937년에 일본 식물학자 기타무라가 최초로 발견하였으며,

단양에서 충주에 이르는 남한강변에 널리 분포되어 있었다고 한다.

1980년에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자생지 대부분이 물에 잠겨 거의 멸종상태로 갔다가

2005년에 경기도 여주 부근의 강변에서 군락이 발견되었다.

80년대에는 수백리 자생지가 물속에 잠기어 학살을 당해도 아무 말이 없더니,

강변에 삽질 좀 하겠다고 하자 나라가 시끄러울 정도로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단양쑥부쟁이의 꽃은 여느 쑥부쟁이와 차이가 없으나,

잎이 가늘고 가장자리가 매끈하며 촘촘하게 달리는 특징이 있다.

쑥부쟁이나 개쑥부쟁이는 잎이 갈라지거나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인데 비하여,

단양쑥부쟁이는 빗살처럼 가는 잎을 조밀하게 달고 있어서 구별하기가 쉬우며,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라고 한다.




단양쑥부쟁이가 무리지어 사는 곳은 너른 강변에 풍광이 좋은 곳이라

해마다 꽃이 필 무렵에 나들이 삼아 다녀오곤 한다.

그곳에는 농구장만한 땅 세 곳에 울타리를 쳐놓고, ‘복원지라든가 대체서식지등의 팻말을 붙여 놓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해마다 울타리 안의 단양쑥부쟁이는 눈에 띄게 줄어서 이미 두 곳이 황폐화되었고,

보호구역 밖에서는 억울한 감옥살이에서 풀려난 듯이 잘도 살고 있었다.

더욱이 울타리에서 멀리 떨어진 강변 막자갈밭에는 자연 군락이 크게 번성하여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

누가 단양쑥부쟁이를 이토록 풍성하게 길러냈을까?

삽질이 시작되면 마치 자식이라도 죽는 것처럼 반대하던 사람들도,

대충 비슷한 곳에 옮겨놓고 일을 벌인 사람들도 제가 했노라 자랑할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어쩐지 사람의 공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대자연은 언제나 그 공덕을 자랑하지 않는다.

대지는 만물의 씨앗을 품고 때를 기다린다.

사로운 볕이 싹을 끌어내고 구름과 비와 바람으로 보듬고 키우며,

벌과 나비의 도움으로 대를 이어 번성한다.

누가 감히 단양쑥부쟁이를 지켜냈다고 말할까?


 

2015.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