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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한여름의 숲과 들

까치수염인가 까치수영인가

 

 

까치수염

Lysimachia barystachys Bunge 

 

들에 나는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0~100cm.

전체에 짧은 털이 있고, 잎은 어긋나지만 촘촘히 난다.

6~8월 개화. 어린잎을 식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까치수영, 꽃꼬리풀, 개꼬리풀, 낭미화(狼尾花)

 

 

 

 

 

 

나는 까치수염이나 까치수영이라는 꽃 이름을 쓸 때마다 불편하다.

이 불편함은 어느 쪽을 써야 하느냐는 선택의 갈등이기도 하지만,

그 어느 이름도 썩 마뜩치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까치수염(까치수영)’처럼 함께 표기하기도하고

임의로 택해서 쓰는 분도 있지만 찜찜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원래의 이름은 ‘까치수염’인데, 대한식물도감 (이창복, 1980)에서

‘수염’을 ‘수영’으로 잘못 쓴데서 ‘까치수영’이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 책에서 ‘까치수영’ 한 가지만 그리 썼다면 모르겠으되, 진퍼리까치수영,

갯까치수영, 버들까치수영 등을 다 오자(誤字)라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나는 둘 중에서 고르라고 하면 ‘까치수영’을 택하는 편이다.

까치가 수염을 다는 것은 어떤 이야기를 꾸며보아도 어색하지만,

‘까치’와 ‘수영’이라는 이름씨는 우리의 옛 생활사를 돌아보면

서로 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이다.

 

까치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마을 주변에 살아온 텃새로,

동네에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울음소리로 위험 신호를 보낸다.

옛날 사람들은 이 까치소리를 듣고 손님이 올 것을 미리 알았다.

설 하루 전날인 ‘까치설날’도 미리 설치는 까치의 습성과 관련이 있고,

백합과의 들꽃 중에서 가장 먼저 피는 '산자고'를

'까치무릇'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제주도의 갯까치수영, 갯좁쌀풀이라고도 한다.)

 

‘수영’이라는 낱말은 사전에 나온 여러 가지 뜻풀이 중에서,

‘秀潁’이라는 한자로 쓰면 ‘잘 여문 벼나 수수의 이삭’이 된다.

마디풀과의 ‘수영(秀潁)’은 그야말로 잘 여문 이삭을 쏙 빼닮았다.

더구나 같은 속(屬)의 좁쌀풀이 곡식의 이름을 차용한 것을 보더라도,

잘 여문 곡식이 떠오르는 ‘까치수영’이 자연스런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까치수영’의 꽃차례는 하얀 밥알이 푸짐하게 열린 듯하다.

옛 농부들은 모내기를 막 끝낼 무렵에 피는 이 꽃을 보며

성급한 까치처럼 하얀 쌀밥의 이삭을 꿈꾸었을지도 모른다.

 

까치수영에는 ‘개꼬리풀’이나 ‘꽃꼬리풀’, 이리의 꼬리를 닮았다는

‘낭미화(狼尾花)’ 같은 좋은 이름들도 많다.

이리도 깔끔한 이름들을 두고 왜 뜻 모를 ‘까치수염’을

국명으로 쓰자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2013. 9. 12. 꽃 이야기 324.

 

 

 

 

 

 

 

 

 

큰까치수염

Lysimachia clethroides Duby

 

산지에 흔히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90cm 가량.

털이 거의 없는 편이며, 잎겨드랑이가 붉다.

6~8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 뿌리는 약용한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차이나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큰까치수영, 민까치수염, 큰꽃꼬리풀

 

 

 

 

 

홍도까치수염

Lysimachia pentapetala Bunge

 

풀밭이나 절개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80cm.

털이 거의 없으며, 가지가 많으며, 잎이 좁다.

8월 경 개화. 꽃차례의 끝이 둥근 모양이다.

한국(주로 남부), 중국 동북 지방에 분포한다.

[이명] 쇠까치수염, 쇠꽃꼬리풀

 

 

 

 

 

진퍼리까치수염

Lysimachia fortunei Maxim.

 

물가의 습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40~70cm.

전체에 털이 없고, 줄기가 곧게 선다.

7~8월 개화. 꽃차례가 거의 수직으로 선다.

한국(남부), 일본, 중국, 인도차이나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넓은잎물까치수염, 진퍼리까치수영, 진펄꽃꼬리풀 등.

 

 

 

 

갯까치수염

Lysimachia mauritiana Lam.

 

바닷가에 나는 두해살이풀. 높이 10~40cm.

전체에 털이 없고 줄기는 붉은 빛이 돈다.

5~7월 개화. 꽃은 가지 끝에 모여 핀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갯까치수영, 갯꽃꼬리풀, 갯좁쌀풀

 

 

 

 

 

버들까치수염

Lysimachia thyrsiflora L.

 

고원의 습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50cm.

줄기는 곧게 서고 마주나는 잎은 교대로 90도씩 어긋난다.

6~7 개화. 한국(북부) 등 북반구 아한대 지역에 분포한다.

[이명] 땅까치수염, 버들개꼬리풀, 버들까치수영, 버들잎꼬리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