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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한여름의 숲과 들

꿩의 다리는 머리에 붙어 있다

 

 

꿩의다리

Thalictrum aquilegifolium var. sibiricum Regel & Tiling

 

산지에 나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가량.

전체에 털이 없고 세 잎이 달린 깃꼴겹잎이 마주난다.

6~7월 개화. 어린잎과 줄기를 식용한다.

한국, 유라시아 대륙의 북부 온대, 아한대에 분포한다.

[이명] 가락풀, 아시아꿩의다리, 한라꿩의다리

 

 

 

 

 

 

 

꿩의다리는 한여름에 꽃을 피운다.

그런데 길고 가는 줄기에 달린 이 꽃을 아무리 보아도

꿩의 튼실한 다리를 닮았다는 느낌은 오지 않는다.

그래서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의미의 ‘다리’가 있는지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세 가지의 뜻풀이가 나와 있었다.

‘다리’라는 낱말에는 걷는 ‘다리’(脚)와 건너는 ‘다리’(橋)라는 의미 외에도

‘여자의 머리숱을 많아 보이게 덧 넣었던 딴 머리’라는 뜻이 있고,

이를 ‘가체’(加髢), ‘다래’, ‘다레’ 라고도 했다.

 

그러고 보니 명절에 아내가 한복을 입고 올린 머리를 할 때,

머리 뒤에다 비녀머리 모양의 가발을 붙이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았더니, ‘가짜머리’라고 했다.

조선시대에 쓰던 무겁고 큰 가체보다 작기는 하지만,

그것도 엄연히 ‘가체’(加髢)이고 ‘다리’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유심히 보면 장끼의 뒤통수에도 장식처럼 보이는 털 뭉치가 있고,

들꿩도 ‘다리’라고 불러도 좋을 머리 장식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슨 ‘꿩의다리’라고 부르는 꽃들은

이 꿩들의 머리장식을 닮아서 그리 부르지 않았을까?

금꿩의다리나 자주꿩의다리처럼 예쁜 색의 꽃들을 보면

꿩의 ‘다리’로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말이다.

 

 

(꿩의 뒤통수에 장식용으로 보이는 다리가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은 멋을 내려고

색깔이 있는 부분가발을 즐겨 쓴다고 한다.

딸아이에게 혹시 '다리'라는 말을 들어본 일이 있냐고 물어보니,

'다리'는 모르겠고 보통 ‘부분가발’이나 ‘가짜머리’로 통한다고 했다.

오늘날 장식용 머리, 즉, ‘다리’를 쓰지 않는다면 모르겠으되,

쓰고 있으면서도 순수한 우리 이름, ‘다리’는 잊어버린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씨들을 하나씩 잊어버리면,

예로부터 불러오던 우리 꽃 이름이 더 이상 의미로 와 닿지 않고,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마음의 다리가 끊어지게 된다.

 

나에게 정말 안타까운 일은 요즈음 속알머리가 부실해져서

내 머리에도 ‘다리’를 붙여야할까 고민하게 되는 현실이다.

 

 

 

 

2013. 8. 31. 꽃 이야기 313.

 

 

 

 

 

 

 

 

금꿩의다리

Thalictrum rochebrunianum var. grandisepalum (H.Lev.) Nakai

 

산지의 물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2m.

전체에 털이 없고 줄기가 곧게 서며 잎은 마주난다.

7~8월 개화. 어린잎을 식용, 관상용으로 심는다.

한국 특산 식물이다.

[이명] 금가락풀

 

 

 

 

 

 

 

자주꿩의다리

Thalictrum uchiyamai Nakai

 

산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50cm 가량.

전체에 털이 없으며, 줄기는 곧게 섰으며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고 세 갈래로 갈라지며 뒷면이 다소 분백색이다.

6~7월 개화. 연한 자주색 꽃이 핀다.

한국(전역) 특산 식물이다.

[이명] 자주가락풀

 

 

 

 

 

 

좀꿩의다리

Thalictrum kemense var. hypoleucum (Siebold & Zucc.) Kitag.

 

산이나 들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40~120cm.

7~8월 개화. 어린순을 식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쿠릴열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큰꿩의다리, 좀가락풀, 다닥좀꿩의다리, 무늬좀꿩의다리 등.

 

이 외에도 꿩의다리속에 10여종의 근연종이 있으나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동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