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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한여름의 숲과 들

장닭을 닮은 닭의 애비, 닭의장풀

 

 

 

닭의장풀

Commelina communis L.

 

산과 들에 나는 닭의장풀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15~50cm.

7~9월 개화. 푸른색 꽃잎 두 장은 위에, 흰색 한 장은 아래에 달린다.

푸른색 꽃잎을 배경으로 노란 헛 수술이 3개 있고, 진짜 수술 3개는

아래로 쳐져 있다. 한국 및 북반구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이명] 닭개비, 닭기씻개비, 닭의꼬꼬, 닭의밑씻개, 닭의발씻개

 

 

 

 

 

 

 

'닭의장풀'은 닭장 옆에서 잘 자라는 풀이라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닭의장(欌)풀, 닭의난초, 닭의덩굴 어쩌고 하는 식물의 이름에서는

다른 나라의 어법 같은 어색함에다 모종의 거부감마저 느껴진다.

우리나라 사람이 언제 '닭장'을 '닭의장'이라고 불렀던가.

 

우리나라에 개화기와 암흑기가 한꺼번에 닥쳤던 시대에

최초의 신소설이니 뭐니 하는 것의 제목도 그런 식이었다.

혈루(血淚)와 귀성(鬼聲)을 '혈의누', '귀의성'이라고 썼다.

명사와 명사 사이에 어조사 'の'를 넣은 것도 이상하지만,

닭의장을 한자로 쓸 때, 장롱 ‘欌’자를 쓴 것도 해괴하다.

 

내가 어렸을 적에 농촌에서는 닭장을 따로 만들지 않고

외양간에 횃대를 달아서 소와 함께 키우는 집이 훨씬 많았다.

닭들은 저녁에 소의 등을 발판삼아 푸드득거리며 횃대에 올라갔다.

소는 닭이 자기 등에 올라타도 그야말로 ‘소 닭 보듯’ 했다.

 

 

우리 집에서는 소와 닭 말고도 동물가족들이 많이도 살았다.

소죽을 끓이는 아궁이 앞에서 밤마다 누렁이가 닭들을 지켜주었고,

외양간 시렁에는 고양이 한 가족, 도장방에는 쥐서방네 가족,

수십 년 켜켜이 묵은 초가지붕 속엔 구렁이와 참새 가족이 살았고,

처마 밑엔 제비들이 봄마다 와서 집을 지었다.

그리고 집 앞 감나무 높은 가지엔 까치가 집을 짓고

동구 밖에서 손님이 오는 걸 알려주었다.

 

이러한 우리의 옛 농가 모습을 뒤 돌아보자면

‘닭의장’이라는 개념과 조어법 자체가 어색하기 짝이 없거니와

우리나라 산과 들 아무데서나 지천으로 볼 수 있는 이 풀을

닭장 부근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하는 유래설도 보편성이 없다.

 

경상도와 일부 지방에서 수탉을 ‘장닭’이라고 부른다는 점과

달개비의 꽃잎이 수탉의 벼슬을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보면,

‘닭의장풀’의 다른 이름, ‘달개비’는 ‘닭의 애비’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닭의欌풀’도 ‘닭의將풀’이나 ‘닭의長풀’의 오기일는지도 모른다.

‘닭의 우두머리’요 ‘닭의 가장’이라야 우선 말이 되고 뜻이 통한다.

그리하면 수탉이 벼슬을 곧추세우고 위엄을 보이는 닭의 將,

닭의 家長 같은 이 꽃의 모습에 어울리는 이름이 될 듯싶다. 

 

 

2013. 7. 29. 꽃 이야기 269.

 

 

 

 

 

 

 

 

덩굴닭의장풀

Streptolirion volubile Edgew.

 

산자락의 습한 곳에 나는 덩굴성 한해살이풀. 길이 80cm 가량.

잎은 어긋나며 긴 잎자루가 있고 끝은 매우 뾰족하다.

7~8월 개화. 꽃은 흰색, 지름 5~6mm. 어린순을 식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히말라야, 인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덩굴달개비, 덩굴닭의밑씻개

 

 

 

 

 

 

 

 

 

 

닭의덩굴

Fallopia dumetorum (L.) Holub

 

들에 나는 마디풀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길이 2m 가량. 전체에 털이 없고, 감기는 줄기가 있다.

6~9월 개화. 유럽원산으로 한국에 귀화한 식물.

[이명] 개여뀌덩굴, 산덩굴메밀, 여뀌덩굴 등.

*닭의 덩굴은 마디풀과의 식물로, 닭의장풀이나  덩굴닭의장풀과 근연 관계가 없으나 비슷한 이름의 식물이라서 이곳에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