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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신록의 계절에....

백선이 봉황삼(鳳凰蔘)으로 둔갑한 사연

 

 

백선

Dictamnus dasycarpus Turcz.

 

산기슭이나 그늘진 초원에 자라는 운향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60~80cm. 줄기는 튼튼하며 곧게 서고 뿌리는 굵다.

5~6월 개화. 꽃에서 짙은 향기가 나며, 뿌리를 약용한다.

한국, 중국 동북지방, 몽골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검화, 자래초

 

 

 

 

 

백선은 한중일 동양 삼국에서 부르는 이름이 같다.

이렇게 세 나라에서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식물은

십중팔구 그리 흔한 식물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변에 흔한 식물일수록 그 이름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백선(白鮮)이라는 한자 이름을 풀어보면 희고 선명하다는 뜻이다.

흰색의 꽃에 자주색 줄무늬가 선명하다는 뜻일 듯싶지만,

식물체 전체가 맑고 단정한 느낌을 주는 면도 있다.

 

백선이라는 꽤 귀티가 나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약효가 많고 귀한 한약재일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었다.

아닌 게 아니라 백선의 뿌리 껍질을 말린 것을 백선피라고 하여

각종 피부 질환, 알러지성 비염, 천식이나 해소 같은 호흡기 질환,

간염, 관절염, 장염 등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약효는 여느 야생초들에 비해 특별한 것도 아닌데

백선에는 봉황삼(鳳凰蔘)이나 봉삼(鳳蔘)이라는 거창한 별명이 붙어있다.

자료를 조사해본 결과 이 별명이 붙은 내력이 어이가 없었다.

약초에 대해 신뢰할 만한 분의 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원래 봉삼, 봉황삼이란 실체는 없는 것이다.

다만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만주 일대에서 채취한 삼들이

그 모양이 우람하고 거창해서 보다 높은 가격을 받으려고

'봉황삼'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시초가 되었다.

그런데 이 명칭이 산삼이 아닌 백선에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한 종교 단체에서 신도를 상대로 거금을 축재하기 위한 술수로,

만병통치약이라는 미명하에 봉황삼이라는 이름으로 술을 담가서

한 병에 수백, 수천만 원씩 받아 챙긴 사기극에서 비롯되었다.』

 

이 글에서는 백선의 뿌리가 봉황새가 날개를 편 듯 거창해서

이런 사기 수법에 이용되었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백선의 뿌리를 캐본 일은 없지만 이 이야기를 들으니,

우아하고 화려한 백선의 꽃이 봉황의 머리를 닮은 듯 보였다.

 

요즘은 봉삼이니 봉황삼이니 하는 이름은 여전히 쓰고 있지만,

약효를 터무니없이 과장한 것은 줄어들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2013. 8. 17. 꽃 이야기 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