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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신록의 계절에....

나도수정초의 신비

 

나도수정초

Monotropastrum humile (D.Don) Hara

 

습도가 높은 숲에 나는 노루발과의 여러해살이 부생식물.

높이 8~15cm. 전체가 반투명한 흰색이다.

5~6월 개화. 꽃은 땅을 보고 있다가 나중에 곧게 선다.

암술머리가 푸른색이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수정란풀, 수정난풀

 

 

 

 

나도수정초는 그 모습부터 신비로운 식물이다.

사람들은 ‘숲속의 요정’이니 ‘오월의 신부’니 하는 찬사도 보내고,

외계인, 손전등, 말대가리처럼 그럴싸한 별명을 붙이기도 한다.

그것은 이 식물의 신비로운 모습에 반해서 자신들도 모르게

동화의 나라로 빠져 들어갔다는 무의식적 표현이다.

 

이 풀은 습도가 높은 숲에서 낙엽이 썩은 데서 나오는

유기물을 섭취하여 살아가는 부생식물(腐生植物)이다.

따라서 광합성을 할 필요가 없으므로 전체가 반투명한 순백색이다.

 

나도수정초를 찾아다니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대체로 몇 포기씩 뭉쳐나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오는 것이었다.

숲의 환경이 좋아서 개체수가 풍부한 지역이라도

무더기별로 어림잡아 열 평 이상의 영역을 확보하면서

상당한 거리를 떨어져서 사는 까닭이 참 궁금했다.

 

 

어느 빛 좋은 날 나도수정초를 만났을 때,

개미들이 부지런히 오르내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개미가 일없이 이 식물을 들락거리지는 않을 터이니,

이 식물의 수분과 번식에 분명히 관련이 있어 보였다.

 

이를테면 개미가 좋아하는 어떤 물질을 분비하여

개미들을 불러 모아서 수분을 유도한다든지,

제비꽃이나 애기똥풀처럼 씨앗에 개미씨밥(일레이오좀)을 붙여서

그 씨앗을 개미굴로 가져가게 하는 게 아닐까 추측을 해 보았다.

 

개미들이 그 씨앗에 붙은 영양덩어리를 다 먹고 나면

필요 없는 씨앗은 조개껍질처럼 굴 밖으로 버릴 것이고,

그 씨앗들은 개미굴을 중심으로 한 무더기가 나올 것이다.

이 추측이 맞다면 이 식물이 왜 띄엄띄엄 나는지 설명이 된다.

즉 그 밀도는 개미 집단이 차지하는 영역과 같다는 말이 된다.

 

이런 호기심이 생기면 새삼 위대한 파브르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철학자처럼 사색하고, 과학자처럼 관찰하고, 시인처럼 글을 썼다.

그가 나도수정초에 흥미를 가지고 관찰하고 기록했더라면,

그의 글을 통해서 나도수정초의 비밀을 알 수 있었을 텐데....

 

 

2013. 8. 3. 꽃 이야기 280.

 

 

 

 

 

 

수정난풀

Monotropa uniflora L.

 

나도수정초와 거의 비슷하나 9월 경에 개화하며,

암술머리가 노란색이다.

나도수정초는 시간이 지나면 꽃이 위를 향하는데

수정난풀은 끝까지 아래로 굽은 채로 있다.

[이명] 석장초, 수정란, 수정란풀, 수정초

 

 

 

 

너도수정초

Monotropa hypopithys var. glaberrima Hara

 

구상나무 숲이나 소나무 숲 밑에 나는 여러해살이 부생식물.

높이 20cm 가량. 줄기나 꽃에 털이 없다. * 털이 있는 것은

구상난풀로 분류하며 너도수정초는 구상난풀의 변종으로 본다.

6월 경 개화. 나올 때는 구부러진 모양이나 개화가 진행되면

꽃이 하늘 방향을 향한다.

한국을 비롯한 북반구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이명] 민석장화, 민수정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