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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그 곳에만 피는 꽃

비극의 땅에 붉게 피는 지리터리풀

 

지리터리풀

Filipendula formosa Nakai

 

높은 산에 나는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가량.

잎은 손바닥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7~8월 경 개화. 한국(지리산) 특산 식물이다.

[이명] 지리산터리풀(북한명)

 

 

 

 

 

 

우리 집안 어른 세 분의 제삿날이 같다.

나의 할아버지와 백부(伯父), 작은집 할아버지가 같은 날에 돌아가셨다.

6.25 직전에 경찰이 우리 고향 일대에서 활동하던 빨치산 하나를 잡았다.

경찰이 그에게 ‘너희들을 도와준 열 사람만 불면 너는 살려주겠다.’고 하자,

이 빨치산이 자신들에게 정말 협력한 사람들은 불지 않고,

모르는 사람이나 평소 미웠던 사람들 열 명을 불고 풀려났다.

 

경찰이나 국군이 검거실적을 올리기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마구잡이로 잡혀간 사람들은 무고함을 호소할 겨를도 없이

6.25가 발발하자 바로 깊은 산으로 끌려가서 총살을 당했다.

한 명의 빨치산을 풀어주고 열 명의 무고한 양민을 잡은 것이다.

빨치산 한 명 잡을 때마다 열 배의 토벌(?)실적을 올렸으니,

그렇게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6.25 전쟁 무렵에 이런 일들이 온 나라에 있었지만,

산이 넓고 깊은 지방일수록 그 정도가 심했다.

지리산은 남한 땅에서 가장 높고 넓은 산이다 보니,

한 십년 가까이 산자락과 계곡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하고 푸근한 이 산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다정했던 이웃과 형제가 어느 날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살육과 보복을 되풀이하던 비극을 덮어두고 산은 말이 없다.

인정과 인륜마저 마비시킬 정도로 붉은 이념의 술이 독했을까..

민족의 상처가 산만큼 깊은 곳, 지리산에 핏빛 붉은 꽃이 핀다.

 

지리산의 높은 곳에만 산다는 이 풀의 이름은 지리터리풀이다.

터리풀이 흰색의 꽃이 피는데 비해 지리터리풀은 붉은 꽃이 핀다.

높은 산에 피는 꽃이 대체로 맑고 짙은 색을 내듯이,

지리터리풀의 꽃도 뿜어져 나오는 선혈처럼 붉다. 

 

터리풀이라는 이름은 먼지떨이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지리터리풀은 지리산의 피어린 역사를 털어내느라 붉어 졌을까

바라건대 켜켜이 묵은 이념의 찌꺼기도 탈탈 털어내고

사람들 마음 먼지까지 말끔하게 털어내 주었으면 한다.

 

 

2013. 8. 16. 꽃 이야기 289.

 

 

 

 

 

 

 

터리풀

Filipendula glaberrima Nakai

 

산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가량.

줄기는 곧게 서고 전체에 털이 거의 없다.

잎은 어긋나며, 손바닥모양,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6~8월 개화. 어린순을 식용한다. 한국 특산 식물.

[이명] 민터리풀

 

 

 

 

 

단풍터리풀

Filipendula palmata (Pall.) Maxim.

 

산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가량.

잎은 어긋나며, 1회 깃꼴겹잎으로 단풍잎 모양이다.

잎 뒷면에 흰 잔털이 밀생한다. 6~8월 개화.

한국(중부 이북) 및 동북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이명] 강계터리풀, 단풍터리, 흰터리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