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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그 곳에만 피는 꽃

소림사 스님을 닮은 약난초

 

약난초

Cremastra variabilis (Blume) Nakai ex Shibata

 

습한 숲에 나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꽃줄기 높이 10~50cm.

잎은 1개, 드물게 2개. 길이 22~45cm. 폭 4~8cm.

꽃이 필 무렵 묵은 잎이 사라지고 9~11월에 새잎이 나온다.

5~6월 개화. 종기, 종창, 악창 등에 쓰이며 항암효과가 있다.

한국(호남, 제주), 중국, 일본,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약란, 정화난초

 

 

 

 

 

단 한 장의 잎으로 식물 행세를 하는 괴짜들이 있다.

약난초, 감자난초, 풍선난초 같은 식물이 그들이다.

이들은 한 장의 잎이 시들 무렵 꽃을 피우고,

다시 새 잎 한 장을 내서 일 년을 산다.

 

눈 속에서도 푸른 잎 한 장으로 겨울을 나는 이들을 보면, 

한 손으로만 합장(?)을 하는 소림사(少林寺) 스님들이 떠오른다.

소림사 스님들이 이런 인사법을 하게 된 내력은 6세기 중엽에

2대 방장을 지냈던 혜가(慧可)스님을 기리는 뜻이라고 한다.

 

영화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소림사는 중국 선종의 본산이다.

이 소림사의 초대 방장이 그 유명한 달마대사이고,

이분이 소림사 앞산 동굴에 들어앉아 9년 동안 면벽(面壁)수행을 할 때,

수많은 승려들이 제자가 되기를 간청했으나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신광스님도 그 많은 승려 중에 한 사람이었다.

밤새 눈이 내린 어느 겨울 아침 달마는 신광이 꼼짝도 하지 않고

그가 참선하는 동굴 밖에서 밤을 새운 것을 알았다.

달마가 그를 가상히 여겨 도를 구하려는 간절함을 묻자,

신광은 숨겨온 칼로 왼팔을 거침없이 잘라 바쳤다.

불가에서는 이를 ‘단비구도’(斷臂求道), 즉 ‘팔을 잘라 도를 구했다’고 한다.

달마는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혜가(慧可)라는 법명을 내렸으며,

혜가스님은 달마대사에 이어 중국 선종의 이조(二祖)가 되었다.

 

약난초에서는 여러 모로 혜가스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길고 날카로운 꽃잎은 그가 숨겨 갔던 비수처럼 섬뜩하고

붉은 순판은 그의 잘린 팔에서 흐르는 선혈로도 보인다. 

 

약난초라는 이름은 난초 종류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종기나 악성종양 등에 약으로 쓰여서 붙은 이름인 듯하다.

나더러 이 난초의 이름을 지어보라 한다면,

웬만한 풀들에도 있는 약효를 가지고 약난초라고 하느니,

혜가(慧可)선사의 이름을 따서 ‘혜가란’으로 부르거나,

비수 같은 꽃잎 모양을 보아 ‘단비(斷臂)난초’로 부르고 싶다.

 

진리를 구하기 위해 팔 하나를 단칼에 잘라냈던

위대한 선승(禪僧)의 모습을 이 꽃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2013. 8. 13. 꽃 이야기 285.

 

 

 

 

 

 

 

 

감자난초

Oreorchis patens (Lindl.) Lindl.

 

습한 낙엽수림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꽃줄기 높이 30~50cm.

줄기가 땅속에서 감자모양의 구경을 형성하여 감자난초라고 한다.

구경의 길이 1.5~2cm. 잎은 구경에서 1~2 장 나온다.

5~6월 개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자생하며

러시아,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감자난, 감자란(북한명), 댓잎새우난초, 잠자리난초

 

 

 

 

풍선난초

Calypso bulbosa (L.) Rchb.f.

 

이끼가 많은 침엽수림 지역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꽃줄기의 높이 6~15cm. 잎은 1개, 길이 2.5~4.5cm.

너비 1.5~3cm. 세로맥과 주름이 있다. 5~6월 개화.

한국(백두산 주변), 중국 동북 지방, 일본, 몽골,

유럽,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애기숙갈난초, 주걱난초, 풍선란(북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