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잎꿩의비름
Hylotelephium ussuriense (Kom.) H.Ohba
계곡의 바위틈에 나는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길이 15~30cm. 줄기는 보통 옆으로 자라거나 처진다.
잎은 마주 나고 도톰하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9~10월 개화. 한국(청송, 영덕) 특산 식물.
절벽과 하늘의 경계는 생사를 가르는듯한 수직선이다.
그런 벼랑에 피는 꽃은 극도의 긴장감을 한 몸에 받으며
범접할 수 없는 경이로움에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수직 암벽에 붙어 진홍색 꽃을 피우는 둥근잎꿩의비름은
절벽에 피는 꽃들 중에서도 특별히 신비롭다.
이 식물이 메마른 절벽에서 어떻게 수분을 얻을까 짐작해 보았다.
낮 동안 거대한 암벽이 햇볕을 받아 데워지면 밤에 계곡의 습기가
이 따뜻한 암벽에 닿아 물방울이 되어 흘러내릴 것이다.
둥근잎꿩의비름은 이 물을 굵은 뿌리나 도톰한 잎에다 저장해서
물기 하나 없는 절벽에서도 견뎌내는 듯 보였다.
절벽에 핀 꽃을 꺾으려다 실족하며 생겨나는 전설이 더러 있다.
꽃은 유혹하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는 ‘치명적인 유혹’이 된 셈이다.
아름다움이란 대체로 시각으로만 들어오는 허상이지만
그것을 소유하고야 말겠다는 욕망을 걷잡을 수 없을 때
그야말로 ‘치명적’이 되어버린 일들이 늘 생겨 왔다.
둥근잎꿩의비름이 자생하는 주왕산에는 ‘달기약수’가 있다.
달기는 고대 중국 은나라의 주왕(紂王)을 주지육림에 빠지게 하여
나라를 망하게 하고 자신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요부다.
사실 주왕산의 이름은 그 주왕에서 유래된 것도 아니고,
달기 약수도 ‘달이 떠오르는 곳’이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하니,
그 주왕, 그 달기가 아닌 지명이 묘한 추측을 자아내는 곳이다.
아닌 게 아니라 아찔한 절벽 끝에 핀 고혹적인 꽃을 보면
한 여인에 빠져 모든 것을 잃어버렸던 사내들이 생각난다.
언젠가 청와대에서 높은 벼슬을 하던 사람이
이 지방이 고향인 어떤 여인에게 홀려서
나랏돈을 함부로 퍼주고 웃음거리가 된 일이 떠오른다.
가을이 깊으면 황량한 절벽에
꽃의 사체가 메마른 미이라처럼 붙어 있다.
그 붉었던 유혹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그 치명적인 향기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2013. 8. 31. 꽃 이야기 308.
꿩의비름
Hylotelephium erythrostictum (Miq.) H.Ohba
산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80cm.
전체가 분백색이고, 잎은 마주나거나 어긋난다.
8~9월 개화.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큰꿩의비름
큰꿩의비름
Hylotelephium spectabile (Boreau) H.Ohba
산지와 들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60cm.
전초는 녹백색이며, 잎은 마주나거나 돌려난다.
8~9월 개화. 한국, 중국 동북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 꿩의비름은 흰꽃이 피고, 큰꿩의비름은 보통
분홍색의 꽃이 피는 차이가 있다.
새끼꿩의비름
Hylotelephium viviparum (Maxim.) H.Ohba
산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60cm 가량.
뿌리가 비대하며, 잎은 3장씩 돌려난다. 8~9월 개화.
[이명] 바위채송화, 싹눈꿩의비름
* 세잎꿩의비름과 닮았으나 잎겨드랑이와 꽃차례에 싹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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