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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그 곳에만 피는 꽃

위도의 비극이 떠오르는 위도상사화

 

 

위도상사화

Lycoris uydoensis M.Y.Kim

 

들과 낮은 산자락에서 자라는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

꽃줄기의 높이 50cm 정도.

8월 말경 개화. 꽃대를 머위대처럼 데쳐 먹는다.

한국특산종으로 위도에서만 자생한다.

[이명] 흰상사화

 

 

 

위도는 변산반도 끝에서 약 10km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다.

2008년 8월 말 쯤 위도와 서남해의 몇몇 섬에서만 자란다는

위도상사화를 찾아보려고 위도행 훼리호를 탔다.

이 꽃은 1996년에 전북대학교 K교수가 처음 발표한 한국특산식물이다.

 

변산반도의 격포항에서 위도의 파장금항까지는 배로 약 40분 걸린다.

그 꽃이 위도의 어디쯤 피어있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배를 탄 것은

30분이면 차로 섬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섬이기 때문이다.

배에 승용차를 싣고 가서 섬 일주 도로를 오른쪽으로 돌기 시작했다.

5분 정도 달리다보니 바닷가에 쓸쓸히 서있는 위령탑이 보였다.

 

 

(위도훼리호 사고 위령탑 가는 길에 핀 위도상사화, 멀리 배의 목적지였던 변산반도가 보인다.)

 

 

 

그제사 불현듯 ‘서해훼리’침몰사고로 죽은 동기생 생각이 났다.

그 사고는 1993년 10월 10일 오전 10시 10분경에 변산반도와

위도를 오가던 배가 침몰해서 292명의 생명이 희생된 사고였다.

십진법의 마지막 숫자 10이 4개나 겹친 기묘한 시각에 일어난 참변이었다.

 

차에서 내려 위령탑으로 가는 길옆에서 위도상사화를 처음 만났다.

꽃 한 송이, 소주 한 병 준비해 오지 못한 무심을 자책하며

위도상사화 한 송이를 꺾어 제단에 바쳤다.

相思花가 아니라 喪事花가된 상아색 꽃이 슬프게 느껴졌다. 

 

 

 

잠시 유명을 달리한 동기생을 추억하다가 계속 차를 몰았다.

운전을 하면서 도로를 횡단하는 귀여운 고슴도치를 몇 번인가 만났다.

고슴도치는 육지에서 참 귀한 동물인데 이곳에서는 흔히 보인다.

그래서 고슴도치 ‘위(蜲)’자가 섬 이름으로 쓰이는 것 같다.

위령탑에서 3분 정도 더 차를 달리니 위도해수욕장이 나왔다.

그 주변 공원에는 위도상사화를 심고, 

한 가운데에는 섬의 상징인 고슴도치상을 만들어 놓았다.

 

자생하는 위도상사화는 섬을 돌아보다보면 드문드문 눈에 띈다.

위도 주민들은 위도상사화 줄기를 말려서 머윗대처럼 데쳐먹기 때문에

위도에서 이 꽃의 자연 군락을 만나기는 어렵다고 한다.

섬의 가운데 쯤 내원암이라는 400년 정도 된 암자가 하나 있는데,

이 암자 한켠에 위도상사화가 있고, 비구니 스님이 잘 돌보고 있었다.

 

위도상사화는 맑은 상아빛이 품격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주지만,

지워지지 않는 위도의 참사가 함께 생각나는 슬픈 꽃이다. 

 

 

2008. 10 월. 꽃 이야기 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