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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고마리와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고마리

Persicaria thunbergii (Siebold & Zucc.) H.Gross

 

들이나 물가에 무리지어 자라는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50~100cm. 줄기는 모가지고 연한 가시가 있다.

8~9월 개화. 가지 끝에 10여 송이가 뭉쳐 달린다.

줄기와 잎을 약용한다. 한국, 동북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꼬마리, 조선꼬마리, 줄고만이, 큰꼬마리, 고만이

 

 

 

 

 

고마리는 얕은 개울이나 습지를 가득 채우며 피는 꽃이다.

어떤 이로부터 고마리가 물을 정화시키는 효과가 크다고

고마우리 고마우리 하다가 고마리가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하천을 오염시킬 만한

그 무엇이 없었던 나라에서 이 유래는 썩 공감이 가지 않았다.

 

우리 옛말에 '고마'라는 말이 있는데 ‘작다’는 뜻으로,

오늘날 쓰이는 꼬마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되었다.

‘고마’는 또 ‘첩’이라는 의미로도 쓰였다고 하므로,

'작은마누라'라는 함의가 있는 말이다.

고마리는 미인의 투명한 피부처럼 하얀 꽃잎 끝에

발그스레하게 연지를 찍은 듯한 작은 꽃을 피우므로,

자연스럽게 '작은 각시'가 연상되는 풀꽃이다.

 

 

고마리와 비슷한 꽃을 피우는 '며느리밑씻개'라는 풀이 있다.

며느리밑씻개는 들녘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주변의 식물을

타고 올라가기 위해 줄기에 날카로운 거꿀 가시가 있다.

이 가시로 인해 생긴 며느리밑씻개의 유래는 잘 알려져 있다.

 

어떤 시어머니가 밭일을 하다가 갑자기 뒤가 마려워

밭두렁 옆에서 볼 일을 보고는 넓적한 호박잎을 따서 마무리를 하는데,

그만 가시 돋친 이 풀이 걸려 따라와서 시어머니의 밑(?)에 상처가 났다.

이 때 시어머니가 내 뱉은 말이 '이 몹쓸 풀이 며느리 년 똥 눌 때나 걸려들지...'

라고 했다는 데서 '며느리밑씻개'의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며느리배꼽의 유래에 대해서는 별 이야기가 없는 듯하다.

며느리배꼽은 작은 포도송이처럼 생긴 꽃차례를 달고

하루에 한 개씩 볕 좋은 오전에 잠깐 피었다가 꽃을 닫는다.

며느리배꼽 꽃은 여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이 이름은 '아주 보기가 힘들다'는 의미로 지은 것 같다.

그렇다면 며느리배꼽을 보기 어려웠던 사람은 누구일까...

그럴듯한 유래설이 나왔을 법도 하지만, 자칫 민망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에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야릇하고도 민망한 이름들을 가진 이런 풀꽃들을 만나면,

옛날 옛적 시어머니, 시아버지, 며느리, 그리고 첩까지

한집에 살면서 형성된 묘한 관계들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꽃 이야기 286.

 

 

 

 

 

 

 

 

며느리밑씻개

Persicaria senticosa (Meisn.) H.Gross ex Nakai

 

산과 들에 나는 덩굴성 한해살이풀. 길이 1~2m.

줄기와 긴 잎자루에 갈고리모양의 거친 가시가 난다.

8~9월 개화. 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가시덩굴여뀌, 며누리밑씻개, 사광이아재비(북한명)

 

 

 

 

 

며느리배꼽

Persicaria perfoliata (L.) H.Gross

 

들이나 길가에 나는 덩굴성 한해살이풀. 길이 2m 가량.

잎 자루와 줄기에 갈고리모양의 거친 가시가 달린다.

7~9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 성숙한 잎은 약용한다.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참가시덩굴여뀌, 며누리배꼽, 사광이풀(북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