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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좁쌀풀 앞에서 돌아본 40년

 

 

좁쌀풀

Lysimachia vulgaris var. davurica (Ledeb.) R.Kunth

 

산과 들의 습한 곳에 나는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가량.

땅위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마주나거나 3~4장씩 돌려난다.

6~8월 개화. 어린순을 식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가는좁쌀풀, 노란꽃꼬리풀, 큰좁쌀풀

 

 

 

 

 

나의 아버지는 키가 167cm 시고, 내 아들은 183cm다.

내 또래 친구들의 집안도 우리 집 상황과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 1950년대에 태어난 성인 남자의 평균 키는 164cm,

1990년대에 태어난 청년들의 평균 신장은 174cm라고 한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1970년에 62세였던 것이

2010년에는 20년 가까이 늘어난 81세가 되었다.

이런 수치의 변화에서 많은 원인과 의미를 짚어낼 수 있지만,

우리는 한 마디로 기적 같은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것이다.

인류사에 이런 일이 또 있었을까 싶고, 다시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수치의 변화와 식생활과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 같다.

이 한 세대 남짓한 기간의 주식(主食) 변화를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60년대 이전 까지는 90%가 쌀밥을 먹지 못하다가

80년대에 들어오면서 90%가 쌀밥을 먹는 시대를 지나

지금은 다시 90%가 쌀 아닌 것에서 높은 영양을 얻는 듯하다.

 

 

 

 

불과 두 세대 전, 쌀밥 구경을 하기 어렵던 시절에

이 나라 백성들은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쌀밥보다는 보리, 수수, 조, 기장 같은 잡곡밥을 훨씬 많이 먹었다.

그 시대에는 지금에 비해 쌀 생산량이 10분의 1정도로 낮았던 반면에,

밭에서 자라는 곡식들이 가뭄이나 병충해를 잘 견뎠기 때문인 듯하다.

 

지금도 좁쌀풀을 보면 그 시대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내 어릴 적에 보리밥 다음으로 많이 먹었던 것이 조밥이었다.

조밥은 씹는 느낌이 까칠하고, 알이 잘아서 감질이 나지만

노란 밥이 보기에 좋았고 옥수수처럼 고소한 맛이 좋았었다.

 

좁쌀풀은 노란 꽃봉오리가 맺힌 모습도 좁쌀을 닮았고,

꽃이 피면 누렇고 풍성한 꽃차례가 조밥을 떠올리게 하고,

그 씨앗까지도 좁쌀처럼 생겨서 어느 모로 봐도 어울리는 이름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조, 수수, 기장, 서석 같은 이름을 대면

그 모양은 고사하고 그것이 곡식이름인지조차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렇게 살아온 방식이 다른 세대가 함께 사는 시대에

나이 든 사람들은 ‘좁쌀영감’ 소리는 듣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

사소한 것까지 간섭과 참견을 일삼는 속이 비좁은 남자,

좁쌀영감이 되지 않으려면 이 시대의 코드를 잘 읽어야 한다.

 

 

2013. 8. 6. 꽃 이야기 282.

 

 

 

 

 

 

 

 

 

 

참좁쌀풀

Lysimachia coreana Nakai

꽃 가운데가 붉은색인 것을 제외하고는 좁쌀풀과 같다.

[이명] 고려까치수염, 고려꽃꼬리풀, 조선까치수염, 참까치수염 등

 

 

 

 

 

 

 

앉은좁쌀풀

Euphrasia maximowiczii Wettst.

깊은 산의 건조한 풀밭에 나는 현삼과의 반기생 한해살이풀.

높이 20cm 가량. 좁쌀풀과 분류계통이 전혀 다른 식물이다.

줄기가 곧게 서고, 가지를 친다. 잎은 마주나며 촘촘히 난다.

6~8월 개화. 한국, 일본, 중국, 몽골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기생깨풀, 선좁쌀풀, 좁쌀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