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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감쪽같은 트랜스젠더 숫잔대

 

숫잔대

Lobelia sessilifolia Lamb.

 

산이나 들의 습지에 나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0~100cm. 가지를 치지 않으며, 털이 없다.

7~8월 개화. 전초를 약용한다.

한국 등 동북아시아,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습잔대, 잔대아재비, 진들도라지

 

 

 

 

 

 

숫잔대는 습기가 많은 풀밭에 사는 풀이다.

습한 곳에서 산다고 ‘습잔대’라고도 부르는데,

이것이 변음이 되어서 ‘숫잔대’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이 꽃은 꽃술이 한 개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암, 수 두 개의 꽃술은 있어야 번식이 되지 않겠는가.

확대경으로 보니 수술 다섯 개가 하나의 꽃술처럼 뭉쳐있고

암술은 그 가운데에 볼펜심처럼 살짝 나와 있는데

꽃이 피고 하루가 지나서야 암술머리의 모양이 생겼다.

 

숫잔대의 꽃은 꽃이 핀 첫날은 수꽃으로 꽃가루를 보내고

그 다음 날은 암꽃이 되어 다른 꽃의 꽃가루를 받는 트랜스젠더다.

두어 송이 꽃을 달고 있는 숫잔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먼저 핀 꽃과 나중에 핀 꽃의 꽃술 모양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암술과 수술의 성장 시기를 달리해서 자화수분을 피하는 식물들이 많지만

숫잔대는 하나의 꽃술을 가지고 감쪽같이 성전환을 한다.

그래서 숫잔대가 처음에는 모두 숫놈으로 나와서

숫잔대로 불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숫잔대는 꽃술뿐만 아니라 꽃잎도 별난 모양을 하고 있다.

가장자리 꽃잎 두 개는 양팔을 벌려 곤충들을 환영하는 모습이고,

가운데 세 개의 꽃잎은 보라색 카펫에 하얀 무늬를 수놓아

귀빈을 정성스럽게 맞이하는 예의가 돋보이는 꽃이다.

곤충이 하얀 줄무늬를 따라 꿀샘으로 머리를 들이밀면

그 위에 드리운 수술이 곤충의 등에 꽃가루를 묻히거나

이미 암꽃이 되었다면 자동적으로 꽃가루를 받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며칠 동안 이 꽃을 관찰해보아도

도무지 곤충들이 즐겨 찾는 것 같지가 않았다.

이런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는 데만 힘을 쓰다 보니

꿀과 향기를 만드는데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이 풀이 그리 흔하지 않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도

겉모양으로만 호객을 하는 이 전략은 실패한 듯 보인다.

 

사람 사는 세상 이치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잘 생기고 세련된 사람보다는 인간적인 향기가 있고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이에게 사람들이 모이는 듯하다.

 

 

2013. 8. 14. 꽃 이야기 287.

 

 

 

 

 

 

 

 

 

수염가래꽃

Lobelia chinensis Lour.

 

개울가나 논둑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15cm.

줄기는 땅에 깔리며 마디에서 뿌리가 갈라져 나온다.

5~7월 개화. 전초를 해충에 물린 곳을 해독하는데 쓴다.

한국 및 동남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수염가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