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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바늘 속에 또 바늘, 바늘꽃

 

바늘꽃

Epilobium pyrricholophum Franch. & Sav.

 

산이나 들의 습지에 나는 바늘꽃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80cm.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마주난다.

8월 개화. 꽃자루가 거의 없다. 전초를 약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바늘꽃은 분홍색의 작은 꽃이 피는 평범한 들꽃이다.

굳이 이 꽃의 아름다움을 뭐라도 추켜올리라고 하면

선명한 줄무늬가 있는 분홍색 꽃잎들이 풍선껌이라도

불고 있는 듯 동그랗게 부푼 암술머리가 매력 포인트다.

 

바늘꽃은 꽃이 지고나면 바늘처럼 가느다란 기둥이 남는다.

나는 몇 년 동안 그 바늘 같은 것들이 꽃줄기인줄 알았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서 바늘꽃이라는 이름을 얻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했을 뿐, 이 꽃의 씨방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하거나 특별한 식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가을날 억새풀을 아주 작게 축소한 듯한

키 작은 풀들이 신기해서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그것이 바늘꽃들이 변해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꽃이 지고 남은 바늘 같은 것들이 억새꽃처럼 갈라져 있었고

그 안에 솜털이 달린 씨앗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꽃이 떨어진 다음에 바늘처럼 남아있던 것이

꽃줄기인줄 알았더니 바로 씨방이었던 것이다.

도감에서 바늘꽃의 설명문을 자세히 읽어보니

바늘꽃은 꽃줄기가 거의 없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가늘고 긴 씨방이 꽃줄기 노릇을 했고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보아넘겼던 것이다.

 

이 바늘모양의 씨방은 네 갈래로 껍질이 갈라져,

마치 먼지털이나 억새의 꽃차례 모양이 되어서

씨앗들을 바람에 실어 먼 여행을 떠나보낸다.

씨방의 껍질이 떨어져 나가고 모든 씨앗들이 떠나가면

뾰족한 바늘 같은 심지만 남는다.

굵은 바늘처럼 생긴 씨방 안에 진짜 바늘이 들어있는 것이다.

 

우연히 억새처럼 씨앗을 날리는 바늘꽃을 만나서

꽃을 보는 것만큼 그 열매를 보는 재미를 맛보았다.

사람도 꽃다운 시절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아름답지만

그 노년의 열매를 보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2013. 8. 17. 꽃 이야기 291.

 

 

 

 

 

 

 

큰바늘꽃

Epilobium hirsutum L.

 

산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70cm 가량.

전체에 거친 털이 있고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를 친다.

7~8월 개화. 꽃자루는 없고, 암술 머리가 4갈래이다.

한국(울릉도, 중부 이북) 등 북반구에 넓게 분포한다.

[이명] 산바늘꽃

 

 

 

 

분홍바늘꽃

Epilobium angustifolium L.

 

고지대의 초원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5m 가량.

줄기는 곧게 서고 거의 가지를 치지 않는다.

6~8월 개화. 꽃의 지름 2~3cm.

한국(대관령 이북) 및 북반구 온대와 한 대에 분포한다.

[이명] 큰바늘꽃, 버들잎바늘꽃

 

 

 

 

 

 

여뀌바늘

Ludwigia prostrata Roxb.

 

바늘꽃과 여뀌바늘속.

밭고랑의 습지에 나는 한해살이풀. 높이 30~60cm.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9월 경 개화. 꽃의 지름 1cm 가량.

한국(전역), 일본, 중국 북부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개좃방망이, 여뀌바늘꽃, 물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