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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단오의 신비로운 향기, 창포

 

창포(菖蒲)

Acorus calamus L.

 

연못가나 습지에서 자라는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70cm 가량.

전체에서 향기가 나며, 땅속줄기는 통통하고 옆으로 뻗는다.

6~7월 개화. 꽃차례의 길이 5~7cm. 꽃줄기는 잎과 비슷하나

자세히 보면 삼각기둥 모양이다. 땅속줄기와 잎을 약용, 또는 향료로 쓴다.

한국, 일본, 중국 및 북반구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이명] 왕창포, 장포, 향포

 

 

 

 

 

창포는 단오(端午) 무렵에 꽃을 피운다.

말이 꽃이지 사실 창포의 꽃은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무슨 벌레집 같기도 하고 소나무 새순처럼 볼품이 없다.

 

그러나 이 무렵 창포의 잎에는 윤기가 흐르고 향기는 황홀하다.

초하의 습한 열기가 창포의 향기를 농염하게 자아내는 것일까,

그 향기는 상큼하고 은근하고 신비로운 자연의 향수이며,

그 무엇에 비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창포만의 것이다.

 

(창포) 

그 어느 여인인들 이 향기를 몸에 더하고 싶지 않았으랴.

단오에 여인들은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고 그 이슬을 얼굴에 바르며,

창포의 뿌리를 다듬고 조각을 해서 비녀 대신 꽂고 다녔다.

요즘 말로 하면 창포는 샴푸가 되고 향수가 되고 보습제,

악세서리가 되어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적 욕구를 채워준 것이다.

 

옛 기록들이 전하는 창포의 다른 효험들도 신기할 정도다.

단오날에 창포꽃을 따서 말려 창포요를 만들어 깔고 자면

모기, 빈대, 벼룩 등 온갖 해충들이 달려들지 않고,

그러므로 병마나 액귀(厄鬼)가 침범하지 못한다고 믿었다.

창포 줄기로 엮은 방석도 그러한 벽사(辟邪)의 효과가 있다고 여겼다.

 

단오에는 창포로 술과 떡,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먹은 후 백일이 지나면 얼굴에 광채가 나고 손발에 기운이 생기며

이목이 밝아지고 백발이 검어지며 빠진 이가 다시 돋아난다고 했다.

아침에 창포 잎에 맺힌 이슬을 거두어 눈 씻기를 계속하면

한낮에도 별을 볼 수 있을 만큼 눈이 좋아진다고 전해진다.

 

(석창포)

이렇게 대단한 식물이라서 그런지 환경변화 탓인지는 몰라도

요즘은 자연 상태에서 자라는 창포를 만나기가 어렵다.

단오의 풍속들도 창포와 함께 사라졌는지 보기가 힘들다.

내 어릴 적 단오날에는 동네 처녀총각들이 뒷동산 백년 묵은 소나무에

긴 그네를 달아놓고 농사일에 고단한 하루를 쉬는 마을잔치를 벌였었다.

 

그때는 나도 얼른 자라서 멋들어지게 그네를 타고 싶었다.

그러나 몇 해가 지나지 않아 어떤 아이들은 도시로 공부하러 떠났고

어떤 아이들은 무작정 가출을 해서 거의가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뒷동산에서 멋들어지게 창공을 차고나가던 그네는

짙은 창포향기 흩날리던 흑진주 같은 머릿결과 함께

추억 속으로 아련하게 사라져갔다.

 

2013. 6. 13. (단오) 꽃 이야기 256.

 

 

 

 

석창포(石菖蒲)

Acorus gramineus Sol.

 

골짜기 주변의 암반에 자라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

높이 30cm 가량. 창포와 마찬가지로 향기가 좋다.

6~7월 개화. 꽃차례의 길이 10cm 정도. 땅속줄기를 약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부이남 지역에 분포한다.

[이명] 바위석창포, 석장포, 석향포, 애기석창포 등.

 

 

 

 

 

 

 

(참고) 꽃창포

Iris ensata var. spontanea (Makino) Nakai

 

창포와는 분류계통상 전혀 다른 붓꽃과의 식물이다.

창포와 비슷한 환경인 물가나 습지에서 자라고,

잎이 창포와 비슷하며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때문에

유래된 이름으로 보인다.

[이명] 들꽃창포, 꽃장포, 들꽃장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