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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낙지다리

 

낙지다리

Penthorum chinense Pursh

 

들판의 축축한 땅에 나는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70cm.

기둥 모양의 줄기가 곧게 서고 끝에 낙지다리 모양의 꽃차례가 달린다.

7월 경 개화. 전초를 약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동북 지방에 분포한다.

세계적으로 1속 2종의 식물이며, 우리나라에는 1종만 자생한다.

[이명] 낙지다리풀

 

 

 

 

우리나라의 식물들 대다수는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특히 토종 식물들은 수천 년 민초들과 함께하면서,

그 용도나 지방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얻게 되었다.

민들레나 제비꽃 같은 식물들은 이런 저런 향명이나 별명,

약재명들을 합치면 이름이 스무 가지 가까이 된다. 

 

낙지다리는 달리 부르는 이름이 없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기껏해야 ‘낙지다리풀’이라고 ‘풀’자 하나 더한 이명(異名)이 전부다.

이는 이 식물만큼은 정말 낙지다리와 똑 같다는 데에

사람들의 생각이 만장일치를 보인 것이다.

 

그 모양이 닮았을 뿐만 아니라 사는 곳도 비슷하다.

낙지는 바다의 갯벌에, 낙지다리는 육지의 진흙밭에 산다.

그러나 낙지가 기력을 돋우는 스테미너 식품으로 각광받는데 비해

낙지다리에서는 그와 비슷한 효능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그저 생리불순과 타박상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질 뿐이다.

 

 

낙지다리가 신기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심어두고 즐길만한 아름다움이 있지는 않다.

낙지다리는 산림청에서 희귀식물로 지정한 것이라서,

약으로도 별 효용이 없고, 미모도 없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사람들의 손을 타서 멸종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낙지다리가 희귀식물로 지정된 까닭은

이 식물이 자생하는 땅이 줄어드는 탓이지 싶다.

낙지다리는 어정쩡하게 진땅이나 하천의 가장자리에 산다.

요즈음은 하천 정비를 한답시고 하천의 중간 지대를 없애고 있다.

즉 물이 흘러가는 길은 더 깊고 넓게 하고, 하천변은 훨씬 높여서

하천을 물길과 사람이 활용하는 고수부지로 양분했다.

그러면 하천 습지 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되고 만다.

홍수예방이나 하천정비라는 탈을 쓰고 두메산골의 하천까지

시멘트로 도배를 해서 자연의 옛 모습을 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늘 물이 머무르는 낮은 땅이 낙지다리가 살기 좋은 곳이다.

이런 땅은 약간만 흙을 높여도 금싸라기 땅이 되기 때문에

개발과 부동산 붐을 타고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낙지는 영양식이라 해서 사람들에게 잡아먹히고

낙지다리가 사는 땅은 투자자들에게 잡아먹힌다.

 

 

2013. 8. 1. 꽃 이야기 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