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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그 곳에만 피는 꽃

대청도의 로맨틱한 여인, 정향풀

 

정향풀(丁香풀)

Amsonia elliptica (Thunb.) Roem. & Schult.

 

바닷가의 풀밭에 나는 협죽도과의 여러해살이풀. 반목본성.

높이 40~80cm. 뿌리줄기가 옆으로 자라고 전체에 털이 없다.

5월 개화. 꽃의 지름 13mm 가량. 한국(대청도),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 문헌상으로 전남 완도, 나로도 등지에 자생한다고 하나 확인할 수 없었음.

[이명] 수감초

 

 

 

 

 

대청도는 우리나라의 서북단 섬인 백령도에서 약 8km 남쪽에 있다.

인천항에서 시속 70km의 쾌속선으로도 세 시간이 넘게 걸리며

울릉도나 제주도에 가는 뱃길보다도 멀다.

해안선의 둘레가 25km 정도이고 1200여 주민이 사는 작은 섬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섬에만 사는 식물이 세 가지나 된다.

 

5월에 꽃이 피는 정향풀과 대청지치, 늦여름에 꽃이 피는 대청부채가 그들이다.

정향풀은 육지에서 관상용으로 재배하는 곳도 있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대청도 구경도 할 겸 몇 년을 벼르다가 배를 탔다.

특별한 생김새도 아니고 그리 매력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식물이

그곳에만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먼 섬까지 유혹한 셈이다.

모르기는 해도 우리나라에서 한 가지를 보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대책 없이 많이 들어가는 식물은 정향풀만한 것이 없지 싶다.

 

대청도에서 꽃을 탐사하려면 숙박업소에 교통 편의를 부탁하거나,

섬에서 한 대밖에 없는 공영버스의 운행시간을 잘 알아서 이용하거나,

움직일 때마다 택시를 불러서 다니는 방법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한다.

섬의 동북쪽에 괜찮은 숙박업소들이 몰려 있다 보니 그쪽에 여장을 풀었다.

정향풀의 자생지는 서남단이라서 섬에 두 대밖에 없는 개인택시를 부르면

대청도에서 가장 장거리 요금인 만 오천 원을 받는다.

 

 

정향풀이 자라는 곳은 만여 평 정도 되는 서남향의 산비탈 풀밭이다.

그곳에는 동백나무 자생 북방한계지가 있고 대청지치도 흔하다.

대청부채도 그곳에서 가까운 곳에 자생한다고 들었다.

풀밭에는 염소들을 방목하고 있지만 정향풀을 뜯어먹은 흔적은 없었다.

 

정향풀은 꽃을 옆에서 보기에 ‘丁’자를 닮아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하지만

뒤에 오는 ‘香’자와 뜻이 통하지도 않고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

‘한국 식물명의 유래’(이우철, 2005)에는 일본명에서 유래되었다고 나와 있다.

이름이 비슷한 정향나무와는 분류계통이 다르고 정향나무와 같은 향기도 없지만

꽃을 옆에서 보았을 때, '丁'자 모양으로 보이는 것은 닮았다.

 

나는 왠지 ‘정향’이 옛날 여인의 로맨틱한 이름처럼 들렸다.

푸른 바다와 하늘색을 닮은 꽃과 단정한 모습에서

수수하지만 기품이 있는 여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대청도에 잠깐 머무는 동안 ‘정향’과 정이 꽤 든 모양이다.

 

언젠가 황해도 장산곶까지 자유롭게 차로 갈 수 있는 날,

그 앞바다의 대청도에서 한 열흘 ‘정향’과 노닐고 싶다.

 

 

2013. 6. 4. 꽃 이야기 252.

 

 

 

 

 

 

개정향풀

Trachomitum lancifolium (Russanov) Pobed.

 

산이나 들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40~80cm.

뿌리줄기는 목질이고 전체에 털이 없다.

6~7월 개화. 꽃의 지름은 8mm 정도이다.

한국, 중국,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등지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바닷가에서 주로 발견된다.

[이명] 갯정향풀, 다엽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