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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프로스트의 詩, 큰방울새란

 

큰방울새란

Pogonia japonica Rchb.f.

 

햇볕이 잘 드는 습한 숲에 나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0~30cm.

줄기가 곧게 서고 가늘며, 잎은 줄기 중간에 1개, 긴 타원형이다.

5~7월 개화. 꽃은 활짝 펴지며 길이 1.5~2.5cm.

한국, 일본, 러시아, 중국(만주)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큰방울비란, 큰방울새난초

 

 

 

 

 

나는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Lee Frost)를 좋아한다.

그의 詩 ‘가지 않은 길’이나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는

즐겨 외우기도 했거니와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추억 그 자체였다.

야생화에 빠져서 이런 저런 정보를 접하다보니

그가 쓴 '큰방울새란'이라는 시를 만나게 되었다. 

그 시에는 위대한 시인이 그 꽃을 만났을 때의

감동과 기원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었다.

 

 

'큰방울새란'

 

빽빽한 풀밭, / 태양 모양의 보석처럼 작다.

동그랗게 펼쳐진 땅의 넓이가 / 둘러선 나무의 키만큼이나 될까.

그곳은 바람이 아주 배제된 곳, / 공기가 숨 막히게 향기로운 건

많은 꽃의 숨결 때문이리. / 열기(熱氣)의 사원이로다.

 

거기 이글거리는 풀밭에서 우리는 / 태양숭배에 걸맞게 몸을 숙이고

어디서나 무수히 눈에 띄는 / 난초 꽃을 따고 있었다.

창날처럼 생긴 풀은 흩어져 있었지만, / 포기마다 두 번째 잎이

채색된 날개를 달고 / 주위를 물들이는 듯했다.

 

그곳을 떠나기 전 / 우리는 작은 기도를 올렸다.

장차 온통 풀베기가 시작될 때 / 그곳만은 잊혀지기를 빈 것이다.

혹시 그런 은혜를 입을 수 없다 해도 / 유예(猶豫)를 얻어

꽃이 어지러이 피어 있는 동안만은  / 아무도 풀베기를 말아 달라고 빈 것이다.

 

(이상옥 님 번역, 서울대 명예교수, 영문학)

 

시인은 지구의 반대편에서 한 세기 전에 이 꽃을 만났다.

큰방울새란이 사는 습지의 모습이나 그 향기와 열기,

채색된 날개를 달고 주위를 물들이는 듯한 꽃의 모습,

온전하게 피어있기를 비는 마음까지 오롯이 드러나 있다.

나는 또다시 그의 시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 프로스트가 만난 ‘큰방울새란’은 미국의 로키산맥 일대에서 자라는

‘Pogonia ophioglossoides’로 추정이 되며,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방울새란보다는 큰방울새란(Pogonia japonica)과 비슷하다고 한다.

 

 

2013. 6. 11. 꽃 이야기 254.

 

 

 

방울새란

Pogonia minor (Makino) Makino

 

산지의 빛이 잘 드는 습한 곳이나 초원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5~25cm. 잎은 줄기 중간에 거꾸로 된 피침형으로 1개이다.

6~8월 개화. 꽃은 큰방울새란보다 작고 활짝 피지 않는다.

큰방울새란보다 희소한 편이며, 한국, 대만,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방울새난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