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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벌나비가 야단법석을 벌이는 부처꽃

 

부처꽃

Lythrum anceps (Koehne) Makino

 

습지에 나는 부처꽃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가량. 전체에 털이 거의 없다.

* 거친 털이 있는 것은 털부처꽃이라고 한다.

6~8월 개화. 관상용, 약용(지사제)으로 쓴다.

한국(전역) 및 일본에 분포한다.

[이명] 두렁꽃

 

 

 

 

 

부처님이 연꽃 한 송이를 들어 올리자

제자들 중에서 오직 마하가섭이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염화시중의 미소(拈華微笑)라고 했다.

연꽃과 때를 맞추어 연못가에 피는 부처꽃을 보노라면

그 옛날 이심전심(以心傳心)하던 부처들이 현신해서

연꽃 가득 핀 물가에서 미소 짓고 있는 듯하다.

 

부처꽃의 이름이 일본의 풍습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일본에서는 음력 7월 15을 우란분절이라고 하는데

이 날 부처님께 이 꽃을 바치는 풍습에서 비롯된 이름이라 한다.

연못의 연꽃 대신에 물가의 부처꽃을 꺾어다 바친 모양이다.

 

그런데 이 꽃의 일본명은 부처꽃이 아니다.

이 식물의 일명은 ‘미소하기’(みそ-はぎ)로서,

일어로 ‘미소’みそ는 된장이고, ‘하기’はぎ는 싸리가 되므로,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된장싸리’쯤 된다.

일본에서도 부처꽃이라고 부르지 않는데,

굳이 남의 나라의 풍습으로 그 이름을 지었을 것 같지는 않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에 살던 일본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이런 이름 붙였다고 한다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어쨌거나 이 꽃이 부처의 심상을 닮기는 한 모양이다.

벌이며 나비며 온갖 곤충들이 야단법석을 벌이니 말이다.

야단법석(野壇法席)이라는 말은 오늘날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 다투고 시끄러운 판’으로 흔히 쓰지만,

원래는 불교 행사로 야외에서 베푸는 큰 법회였다.

 

옛날에는 수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건축물이 없었으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큰 법회는 야외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

부처꽃 앞에 모여들어 ‘야단법석’인 벌나비들을 보면

정말 부처처럼 베푸는 식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부처꽃에는 ‘두렁꽃’이라는 정감어린 이름도 있다.

자주분홍빛 꽃이 아름답게 핀

논두렁이 그리워지는 이름이다.

 

 

2013. 4. 24. 꽃 이야기 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