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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한여름의 숲과 들

조물주의 미완성 작품 나나벌이난초

 

나나벌이난초

Liparis krameri Franch. & Sav.

 

숲속에 나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20cm.

두 장의 타원형 잎이 마주나며, 그물맥이 뚜렷하다.

6~8월 개화. 입술꽃잎은 안쪽 1/4 지점에서 아래쪽으로 꺾인다.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나나니난초, 나나리란(북한), 애기벌난초

 

 

 

 

 

 

속임수로 곤충을 유혹하는 난초가 있다고 한다.

이런 난초는 외국에만 있는 것으로 책에서 본 듯한데,

우리나라에는 나리난초 가문의 식물들이 이런 흉내를 낸다고 한다.

 

그 중에 특히 나나벌이난초를 보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이 난초는 나나니벌의 암컷을 닮은 꽃을 피워서

수컷을 유혹하기 때문에 나나벌이난초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나나니벌이 이 꽃을 찾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나나벌이난초는 나나니벌의 수컷을 유혹해서 수분을 한다’는

명제는 검증이 되지 않은 가설이거나 내가 잘 못들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나니벌의 교미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이 벌은 지상 1.5m 정도의 일정한 높이로 비행 중에 꼬리를 맞대고 교미를 한다.

나나니벌 수컷이 이 어설프게 닮은 꽃을 보고 덥석 달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 난초는 주로 6~7월에 꽃이 피는 데 반해서

나나니벌의 짝짓기는 8월에서 9월에 이루어지니 말이다. 

 

(나나벌이난초(왼쪽)와 나나니벌(오른쪽)은 꽤 닮은 듯도 하다)

 

외국 자료에 의하면 이 나리난초속을 찾아오는 곤충들은 주로

등에, 파리, 모기, 각다귀처럼 한 쌍의 날개만 가진 것들인데

수분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아니면 조물주가 아직은 암컷의 모습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몇 만 년 후에나 그럴싸한 모양을 완성할지도 모르겠다.

 

나리난초속은 순판이나 예주의 미세한 형태 차이를 가지고

열 가지가 넘는 종으로 세분되어 있지만 나는

꽃이 옥비녀를 닮았다는 옥잠난초, 자주색의 나리난초,

곤충을 닮은 나나벌이난초 정도만 겨우 알아볼 정도다.

나머지 여러 복잡한 이름이 붙은 종들은 조물주가

흡족한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습작들인지도 모른다. 

 

만약 나리난초속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사람을 세분한다면

까만난장이, 파란눈백인, 곱슬황인 등 수백 종의 학명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얼굴이 각지고, 둥글고, 키가 크고 작기도 한

우리 가족은 각각 다른 학명의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사람(Homo sapiens L.)으로 태어난 것이 천만 다행이다.

 

 

2013. 7. 4. 꽃 이야기 263.

 

 

 

 

 

 

옥잠난초

Liparis kumokiri F.Maek.

 

숲속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20~30cm.

잎은 2장, 타원형, 밑부분이 좁아져 줄기를 감싼다.

6~8월 개화. 곁꽃잎은 선형, 길이 5.5~8.8mm.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구름나리란

 

 

 

 

 

나리난초

Liparis makinoana Schlech.

 

숲속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5~30cm.

잎은 2장으로 타원형이다. 5~6월 개화.

입술꽃잎이 편평하며 하트모양이다.

곁꽃잎은 실처럼 가늘며, 길이는 8~15mm이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나리란, 풍경벌레난초

 

 

 

 

 

키다리난초

Liparis japonica (Miq.) Maxim.

 

나리난초와 매우 닮았으며 높이 12~50cm.

5~7월 개화. 입술꽃잎의 옆이 아래쪽으로 말린다.

곁꽃잎은 선형, 길이 7~9mm. 너비 0.5mm

한국, 일본, 중국 동북 지방, 아무르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나리란, 키다리란(북한명), 큰옥잠난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