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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한여름의 숲과 들

귀신도 울고 가는 하늘타리

 

하늘타리

Trichosanthes kirilowii Maxim.

 

산 밑과 들에 나는 박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고구마같은 덩이뿌리가 있고, 잎은 5~7갈래로 깊게 갈라진다.

7~8월 개화. 밤에 꽃이 피며 열매는 오렌지색으로 익는다.

뿌리 녹말은 식용, 뿌리와 씨는 약용한다.

한국(중부 이남), 중국, 인도차이나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자주꽃하눌수박, 하늘수박, 쥐참외

 

 

 

 

 

남도지방을 여행하다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보게 된다.

시골로 갈수록 이농현상 때문인지 오래된 폐가(廢家)가 많은데

두어 집 중 하나는 하늘타리가 무성하게 뒤덮고 있다.

하늘타리는 어떻게 귀신처럼 빈집을 찾아서 자리잡는 것일까?

 

하늘타리는 밤에 치렁치렁한 술이 달린 하얀 꽃을 피운다.

어둠 속에서도 야행성 곤충의 눈에 잘 띄려는 것이다.

박각시 같은 야행성 곤충은 밤에 불빛이 있는 곳에 많이 모여들기 때문에,

이들이 수분을 하는 하늘타리는 자연히 동네를 중심으로 널리 번지게 된다.

 

남도의 빈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랑하늘타리

 

하늘타리는 워낙 번식력이 왕성한 덩굴식물이라서

사람이 사는 집에서는 바로 뽑혀지고 결국 폐가에서나 살아남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한적한 시골의 폐가는 밤에 더욱 으스스한데

귀신 산발한 듯한 이 꽃이 피면 그야말로 '전설의 고향'이 된다.

 

하늘타리는 덩굴 식물들이라서 무엇이든지 잘 타고 올라간다.

하늘을 향해 잘 타고 올라간다해서 '하늘타리'라고 불렀을까?

옛 이름인 천과(天瓜)는 하늘에 열리는 오이라는 뜻이고

다른 이름 괄루(括樓)는 누각을 잘 감고 오른다는 뜻이 있다.

하늘타리가 동네 주변에서 흔히 자라는 식물이다 보니

예로부터 여러 가지 약재로 널리 쓰여 왔고 특히 항암효과가 좋다고 한다.

뿌리를 말려 빻은 약재를 천화분(天花粉)이라고 하는걸 보면

이름만 보아도 효험이 좋은 약재처럼 여겨진다.

 

노랑하늘타리 열매

 

호남지방에서는 '하늘수박'이라고 하며 여름에 이 열매에서 물을 빨아 먹는다.

또 다른 지방에서는 열매가 작은 참외를 닮았다고 '쥐참외'라고도 한다.

밤나방과 같은 야행성 곤충과 불을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

밤에 하얀 꽃을 피우는 하늘타리는 느슨한 공생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제주도에서는 하늘타리 열매를 방에다 걸어놓는 풍습이 있다.

귀신이 들어오면 내 눈깔망댕이가 큰가 하늘타리가 큰가 재보자 하다가

하늘타리한테 지고 도망간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밤에 하얀 머리를 풀어헤친듯한 꽃을 피우는 하늘타리는

웬만한 귀신들이 당해내지 못하는 힘을 가졌나보다.

 

 

2013. 7. 8.

꽃 이야기 265.

 

 

 

 

 

노랑하늘타리

Trichosanthes kirilowii var. japonica Kitam.

 

들에 나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하늘타리에 비해 잎이 얕게 3~5 갈래로 갈라진다.

7~8월 개화. 열매는 노란색으로 익는다.

덩이뿌리의 녹말은 식용, 씨, 뿌리, 과피를 약용한다.

한국(제주도, 남부지방),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섬하눌타리, 흰꽃하눌수박, 쥐참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