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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한여름의 숲과 들

무시무시한 이름 구릿대

 

구릿대

Angelica dahurica (Fisch. ex Hoffm.) Benth. & Hook.f.

ex Franch. & Sav.

 

산골짜기 물 가에 자라는 산형과의 2~3년 살이풀.

높이 1~1.5m. 잎집이 잎몸에 비해 크고 줄기를 둘러싼다.

6~8월 개화. 어린순은 식용, 뿌리와 줄기를 약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동북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구리대, 구리때, 구릿때, 백지

 

 

 

 

‘구릿대’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식물이 있다.

이 이름은 포락(炮烙)의 끔찍한 장면을 연상하게 했다.

‘포락의 형’(炮烙之刑)은 커다란 불구덩이 위에 기름칠한 구리기둥을 걸쳐 놓고

사형수를 건너가게 해서 떨어지면 타 죽게 되는 무서운 형벌이다.

불에 달구어진 구릿대에 기름칠까지 했으니 살아난 사람이 없다.

 

은(殷)나라의 주왕(紂王)은 달기에게 홀려서 정사를 돌보지 않고

그녀를 위해 연못이 달린 호화스러운 궁전을 짓고 주지육림에 빠졌으며,

세상의 진기한 보물들을 다 구해 주느라 세금 폭탄을 퍼부었다.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 가고 왕을 비판하는 대신들이 늘어나자

주왕은 이들을 공포로 잠재우고자 이 포락지형을 만들었다.

주왕과 달기는 불에 타 죽는 사람들을 보며 즐겼다는 이야기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은본기(殷本紀)편에 나온다. 

 

알고 보니 구릿대와 친척간인 바디나물, 참당귀, 개구릿대,

궁궁이 같은 식물들은 그 줄기가 오래된 구리 색깔이 나는데 비해서

정작 ‘구릿대’는 줄기가 구리색이 아니고 밝은 녹색이었다.

비슷하게 생긴 산형과의 식물 여럿 중에서 줄기가 구릿빛을 띤

식물을 구릿대로 오해를 한 끝에 엉뚱한 상상을 한 것이다.

 

(구릿대는 줄기가 구리색이 아니다.)

구릿대의 줄기가 구리색이 아니라면 그 구리는 어디서 나온 말일까?

자료를 검색하다가 ‘구릿대’가 구렁이에서 유래되었다는 글을 보았다.

‘구리’는 금속의 한 종류이기도 하지만 구렁이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출처는 분명하지 않으나 이 유래설은 참 그럴싸하다.

 

왜냐하면 구릿대의 ‘잎집’이 구렁이의 머리모양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잎집’은 ‘엽초’(葉鞘)라고도 하며 잎자루가 줄기를 싸고 있는 부분이다.

이와 비슷한 다른 식물들의 잎집은 끝이 뾰족하고 길쭉한데,

구릿대의 잎집만 둥글둥글해서 구렁이의 머리를 닮았다.

 

구릿대의 꽃과 잎을 쌌던 껍데기들이 굵은 줄기에 붙어있는 모습은

구렁이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모습에서 구릿대의 이름이 나왔는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슷비슷한 수많은 산형과 식물의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불러주는데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이름이다.

 

구릿대에서 끔찍한 포락의 구리기둥의 이미지를 버렸더니

이제는 구렁이 여러 마리가 달려들어서 이 또한 난감하다.

 

 

2013. 4. 2. 꽃 이야기 226

 

 

 

참당귀

Angelica gigas Nakai

 

산지나 골짜기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2m.

전체에 자주빛이 돌고 향기가 강하다.

8~9월 개화. 뿌리는 약용하고 어린잎은 식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동북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조선당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