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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그 곳에만 피는 꽃

나도승마, 사람과 함께 사라지다

 

나도승마

Kirengeshoma koreana Nakai

 

그늘지고 습기가 많은 숲에 자라는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60~90cm. 줄기는 원기둥 모양으로 곧게 서며 약하다.

잎은 지름은 30cm정도로 넓으며 가장자리에 거친 톱니가 있다.

7~9월 개화. 한국 (전남, 경남) 특산. 멸종위기종.

[이명] 노랑승마, 백운승마, 왜승마

일본나도승마(Kirengeshoma palmata Yatabe)와 같은 종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모양이 약간 다르다.

 

 

 

 

나도승마는 만나기가 아주 어려운 희귀식물로서,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자생지가 한두 군데 정도이다.

귀한 식물이라고 해서 수소문 끝에 나도 ‘나도승마’를 찾아갔다.

 

그곳은 너무 어둡고 습해서 우리나라에 이런 숲도 있었나 싶었다.

꽤 많은 개체들을 만났는데 꽃을 피운 녀석은 불과 두어 포기였다.

제대로 개화를 보지 못해서 그 후 3년 동안 예닐곱 차례나 그곳을 찾아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도승마는 7월 말부터 두 달 정도 찔끔찔끔 꽃을 피웠다.

그런 까닭에 땀으로 목욕을 하며 높은 산을 올라갔지만

단 한 번도 흡족한 개화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해마다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첫해에 5개 군락에 대략 100여 개체를 본 듯한데, 이듬해에는 네 곳에

60여 개체, 3년차에는 세 군락에 30여 개체정도를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나도승마의 풍성한 군락,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간 듯하다. 이동희님 사진) 

 

내가 그곳을 찾기 한두 해 전에는 훨씬 규모가 큰 군락이 있었다는

정보를 듣고, 그 군락을 찍은 귀한 사진을 한 장 구했다.

그 군락이 있었다는 현장을 찾아갔더니 나도승마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몇 해 전에 큰물이 휩쓸고 지나간 듯 거대한 암반이 드러나 있었다.

동네 사람들의 말로는 그 무렵 무슨 식물원인가 하는 곳에서

인부들까지 사서 차떼기로 캐갔다고 말해 주었다.

 

현장의 모습과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순서대로 맞추어 보면,

상태가 가장 좋은 군락에서 식물원 사람들이 몇 개체씩 캐갔는데,

그 해 폭우가 내려서 캐간 구덩이마다 계곡물이 파고들어서

군락 전체가 모조리 쓸려 내려갔으리라고 추측이 되었다.

하필 그곳은 큰물이 지면 물이 거칠게 흘러가는 지형이었고,

암반 위에 토양 피복이 얇게 덮여있었던 취약한 곳이었다. 

 

다행히도 근래에 다른 지역에서 나도승마의 군락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제 누구도 그곳을 찾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왕에 식물원에서 채취해 간 것이 있다면 잘 번식시켜서

복원 노력이라도 해야 자연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 일이 아닐까?

나도승마가 있다고 자랑하는 식물원은 대군락 몰살 참사의

혐의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2013. 3. 22. 꽃 이야기 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