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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그 곳에만 피는 꽃

그 많던 병아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병아리풀

Polygala tatarinowii Regel

 

주로 습한 암벽지대에 자라는 원지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4~15cm. 밑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잎은 어긋난다.

8~9월 개화. 꽃이 한쪽 방향을 보고 떨기꽃차례로 달린다.

한국 및 동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이명] 원지, 좀영신초

 

 

 

 

 

 

엄마 엄마 이리 와 / 요것 보셔요

병아리 떼 뿅뿅뿅 / 놀고 간 뒤에

미나리 파란 싹이 / 돋아났어요

 

이것이 도대체 어느 시대의 꿈같던 이야기인가.

요즘 병아리반 아이들은 이 동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디서 병아리를 보며, 언제 엄마와 이런 시간을 가질까.

우리 세대는 누렸으나 지금은 잃어버린 낙원이 아닐는지...

 

아마 반세기 전쯤의 일이었을 게다.

우리나라가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산업화에 돌입하면서

병아리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고 공장에서 닭고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학교에 다닐 무렵에 길에서 한 아저씨가 병아리를 팔고 있었다.

한 마리에 5원인지 10원이었는지 기억은 희미하다.

귀여워서 한 마리 덥석 사갔다가 혼만 났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닭 공장에서 병아리 감별사가 버린 수평아리였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골목마다 아이들이 바글거리며 재잘대고 놀고 있었다.

지금 서울의 골목에 그 병아리들이 뛰노는 곳을 보기 어렵다.

사람 병아리들도 모두 유아원 공장에서 같은 밥 먹고 사육되는 것 같다.

어미닭의 사랑 보다는 상업적 보살핌으로 크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된다.

 

이런 실낙원의 아픔을 야생 병아리들로부터 조금 위로를 받는다.

병아리풀, 병아리다리, 병아리난초.. 이런 풀꽃들이 나의 병아리다.

그 이름처럼 하나같이 가녀리고 귀여운 야생화들이다.

이런 풀꽃들을 만나면 그 옛날의 삐약삐약, 뿅뿅뿅 소리가 들린다.

 

 

 

이들 중에서도 병아리풀이 병아리들을 가장 많이 닮았다.

대체로 습기가 많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다 보니

어미 따라 쫑쫑쫑 나들이 가듯이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풀들도 꽤나 먼 곳에 있어서 아쉬울 때가 많다. 

 

나는 지금 도시에 살고 있지만 늘 꿈을 꾸고 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손자 손녀가 병아리쯤 될 때는

'병아리떼 뿅뿅뿅 놀고 간 뒤에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나는'

그 옛날의 낙원을 보여 주리라고...

 

2013. 3. 24. 꽃 이야기 217.

 

 

 

 

 

병아리다리

Salomonia oblongifolia DC.

 

습지에 나는 원지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6~30cm. 털이 없다.

잎은 긴 타원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길이는 3~8mm, 잎자루가 거의 없다.

7~8월 개화. 꽃의 길이는 2mm 정도다.

꽃자루는 없으며 이삭꽃차례로 달린다.

한국(전남), 동남아시아, 호주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원지

 

 

 

 

 

 

병아리난초

Amitostigma gracile (Blume) Schltr.

 

산지의 암벽에 나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5cm 가량. 잎은 밑동에서 긴 타원형으로

한 장이 달린다. 잎의 길이 3~8cm. 너비 1~2cm.

5~8월 개화. 줄기 한 쪽에 치우쳐 달린다.

한국, 일본, 중국 동북 지방에 분포한다.

[이명] 바위난초, 병아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