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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언제나 어디서나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애기똥풀

 

 

애기똥풀

Chelidonium majus var. asiaticum (Hara) Ohwi

 

들에 나는 양귀비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50cm 가량.

전체에 길고 연한 털이 있고 줄기를 자르면 노란 유액이 나온다.

4~10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 전초와 뿌리를 약용한다.

한국(제주도 제외), 동북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까치다리, 씨아똥, 젖풀(북한명)

 

 

 

 

 

 

애기똥풀은 줄기나 잎을 자르면 나오는 노란 유액이

애기의 똥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 식물의 속명 ‘Chelidonium’은 고대 그리스어로 ‘제비’라는 뜻으로,

제비가 이 식물의 유액으로 새끼의 눈을 씻어서 맑게 해준다며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풀은 씨앗에 개미씨밥(elaiosome)이라고 하는 단백질덩어리를 단단히 붙여 놓는다.

개미들이 이것을 떼어내지 못하고 집까지 가져간 후

먹고 남은 씨앗만 버리도록 해서 개체를 퍼뜨린다.

이런 방법으로 씨앗을 퍼뜨리는 식물이 11,000여 종이나 된다고 한다.

애기똥풀은 주변에 흔한 풀이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지만

이 풀을 보면 나는 무작정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몇 해 전에 부하 직원이 세쌍둥이를 낳은 일이 있었다.

결혼 5년 만에 2남 1녀를 한 번 수고로 낳았다고 좋아하더니,

보름이 채 지나지 않아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한 달 봉급이 분유 값과 기저귀 값도 못 된다는 것이었다.

직무상 파악하기로는 한때의 낭비로 빚에 허덕이는 친구가

일회용기저귀를 쓰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나는 두메산골에서 어릴 적에 서울로 전학을 왔다.

당시 서울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 5층짜리 화신백화점이었다.

서울에는 한두 집 건너마다  빨래줄에 하얀 천들이 많이 널려 있어서,

그 집들이 모두 방직공장인줄 알았었다.

그 천들이 애기 똥을 받아내는 기저귀란 걸 상상조차 못했었다.

 

내가 살던 시골집의 방바닥은 볏짚을 엮어 만든 자리였다.

아기들이 방구석 아무데나 똥을 누면 마당에서 놀던 똥개가 번개같이 달려와

똥은 물론이고 엉덩이까지 깨끗하게 핥아 먹었다.

요즈음은 개도 문명화되었는지 그런 진정한 똥개는 없는 듯하다.

 

그렇게 원시와 다름없는 시대에 어머니의 고생은 오죽했으랴.

기저귀로 쓸 헝겊조차 귀했던 두메산골에서 자란 분들은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던...’ 하는 노랫말의 뜻을 알 것이다.

애기똥풀을 볼 때마다 어머니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기저귀 하나 없이 나를 길러내신

그 기적 같은 손길이 새삼 그리운 까닭이다.

 

 

2011. 7. 8에 쓴 글을 2013. 4. 29에 고쳐 쓰다.

꽃 이야기 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