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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언제나 어디서나

'한련초'의 여러 이름들

 

한련초

Eclipta prostrata (L.) L.

 

논이나 밭둑에 나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10~60cm.

전체에 짧은 털이 있고, 가지를 치며, 잎은 마주 난다.

7~11월 개화. 전초를 약용한다.

한국(중부 이남),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하년초, 한련풀, 할년초, 한년풀(북한명)

 

 

 

 

 

한련초는 여름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 꽃이 핀다.

논두렁 같은 진흙 토질에서 흔히 자라며,

메마른 땅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련초는 그 유액이 맑은 액체지만 공기에 노출되면

30초가 지나지 않아 검은색으로 변한다.

이런 성질 때문에 이것을 달인 물을 먹거나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검게 변한다는 옛 기록이 전해오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럴듯해 보이는데 요즘에는 한 술 더 떠서

‘천연 비아그라’라고 선전을 해대는 광고도 눈에 띈다.

 

한련초의 효능을 아무리 과장해서 혹세무민하더라도

이 식물은 잡초다운 강인한 생명력이 있으므로

그 안위나 멸종을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련초라는 이름에서는 잡초답지 않은 무게감이 있다.

‘한’과 ‘련’이라는 문자가 주는 선입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련초'에는 무슨 한이라도 서려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자 표기를 찾아보니 가물 ‘旱’ 연꽃 ‘蓮’자를 쓰고 있었다.

‘가뭄 연꽃’이라면 나의 지레 짐작은 멀리 빗나간 것이다.

 

‘가뭄에 피는 연꽃’도 나름 의미가 있다.

한련초는 추수가 끝나고 물을 뺀 논에 흔한 풀이다.

연꽃처럼 물에서 살지만 꽃은 논이 마른 다음에 피니까

'가뭄에 피는 연꽃'이라는 이름도 그럴싸한 이름이다.

 

이 꽃의 중국 이름 ‘하년초(夏年草)’와 북한 이름인 ‘한년풀’에서는

‘한해살이풀’이라는 의미가 우선 느껴진다.

‘하년초’와 ‘한년풀’, 그리고 ‘한련초’라는 이름들에는

오랜 세월과 문화적, 지역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떤 동질성이 공존하는 듯하다. 

 

‘한련초’의 본래 의미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에 핀 한련초를 보면

그 이름에 대한 첫 느낌대로 회한과 연민이 앞선다.

농부의 땀으로 얻은 수확이 그들의 행복이 되었던 시대보다는

기근과 수탈의 역사가 더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일까.

 

 

2013. 5. 27. 꽃 이야기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