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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언제나 어디서나

자유를 찾아 탈출한 개망초

 

개망초

Erigeron annuus (L.) Pers.

 

밭, 들, 길가에 나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30~100cm.

전체에 털이 있고,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5~10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한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이명] 개망풀(북한명), 넓은잎잔꽃풀, 망국초 등.

 

 

 

 

 

 

엘비라 마디간의 손에서 하얀 나비가 날아오르는 순간

한 발의 총성이 울리고, 잠시 후 또 총성이 들리면서 영화가 끝난다.

그 때 흐르던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 2악장을 배경으로 

하얀 꽃들이 수놓은 풀밭의 잔상이 사십년이 흐른 지금도 생생하다.

나는 막연하게 그 초원의 꽃들이 개망초라고 믿게 되었다.

 

온 세상의 풀밭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지천으로 피는 꽃이

개망초 말고 또 있을까 하는 무의식적인 짐작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망초는 초원의 다른 풀들보다 키가 큰 편이고 꽃도 많이 피어서

곤충들을 불러 모으고 바람에 꽃씨를 날리는 데 유리하다.

게다가 자신의 영역에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도록 타감작용을 하며

제초제까지 극복해내는 강인함이 있어 '초원의 지배자'라고 할만하다.

 

 

더욱이 개망초의 꽃은 기후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도 강한 듯하다.

추운 날씨에도, 강렬한 태양아래서도,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도

꽃을 접지 않고 수분과 번식의 기회를 극대화하고 있다.

개망초는 연중무휴로 가장 일찍 문을 열고 가장 늦게 문을 닫는

성실하고 억척스러운 가게 주인에 비유할만한 식물이다.

 

그러면서도 개망초는 어느 꽃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예쁘다.

이런 꽃을 ‘개망초’라니... 이름으로 말하자면 꽤 억울한 면이 있다.

친척인 망초나 큰망초에 비해서 훨씬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데도

'개'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이 붙은 것은 공평치가 못하다.

 

이 풀이 들어왔을 때 나라가 망해서'망국초'나 ‘개망초’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한일합방 전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식물이

백여 년 만에 삼천리를 뒤덮을 정도로 지나치게 번식력이 강해서

농민들의 미움을 받은 탓에 '개'를 뒤집어썼을 수도 있겠고,

망초나 큰망초보다 나중에 들어와서 ‘개’가 붙었을 수도 있겠다.

 

 

일본에서는 개망초를 원예용으로 미국에서 들여왔다.

그런데 다른 화려한 꽃들에 밀려서 천덕꾸러기가 되자

화단에서 탈출해 초원의 지배자가 된 것이다.

개망초처럼 탈출한 식물을 ‘Escape Weeds’라고 부른다.

 

다시 추억의 영화 '엘비라 마디간'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이 두 주인공은 자유와 사랑을 찾아 탈출한 연인이었다.

청년장교 식스틴은 귀족 신분과 가정을 버리고 탈영을 했고

엘비라는 서커스단과 부모의 생계를 버리고 도피를 했다.

 

자유를 찾아 탈출한 개망초는 초원의 지배자가 되었지만

탈출한 두 연인은 개망초 흐드러진 초원에서 살 수가 없었다.

 

2009. 7.  꽃 이야기 192.

 

 

 

 

 

 

 

망초

Conyza canadensis (L.) Cronquist

 

들이나 길가에 나는 1~2년초. 높이 50~100cm.

전체에 굵은 털이 있고, 잎은 긴 주걱모양이며, 어긋난다.

7~9월 개화. 어린잎을 식용한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

[이명] 망풀, 잔꽃풀, 지붕초, 큰망초

 

 

 

 

 

실망초

Conyza bonariensis (L.) Cronquist

 

해안지방, 황무지나 길가에 나는 1~2년초. 높이 30~50cm.

전체에 거친 털이 있고, 가지가 갈라지며, 잎이 가늘다.

5~9월 개화. 열대 원산의 귀화식물.

[이명] 망초, 실망풀, 실잔꽃풀, 털망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