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1/가을에 피는 꽃

바다를 건너간 쇠무릎

 

 

쇠무릎

Achyranthes japonica (Miq.) Nakai

 

들에 나는 비름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0~100cm.

원줄기는 네모지고 곧게 서며 마디가 두드러진다.

8~9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 뿌리는 약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쇠무릅, 우슬(牛膝)

 

 

 

 

 

 

 

 

쇠무릎은 마디가 '소의 무릎'을 닮은 식물이다.

옛날 사람들은 그것이 굵고 튼튼한 소의 무릎을 닮았으므로

무릎관절염이나 신경통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어서

쇠무릎의 뿌리를 그러한 증상에 약으로 써왔다.

 

쇠무릎의 마디는 원래 굵고 튼튼하지만 특히 둥글게 부푼 것은

‘쇠무릎혹파리’의 유충이 사는 충영(蟲廮), 또는 벌레혹이라고 한다.

가을이 되면 많은 쇠무릎들의 마디에 이 혹이 생기는 걸로 보아서

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공생을 해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쇠무릎의 속명 ‘Achyranthes’는 왕겨를 닮은 꽃이라는 뜻이다.

왕겨처럼 보이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하나가 꽃인데

왕겨만큼 작고 향기도 없는 이 꽃을 누가 수분해줄까?

어쩌면 쇠무릎혹파리가 수분을 해 주는 대신에 자신의 알은

충영 속에서 겨울을 나게 해달라는 거래가 있었을 법도 하다.                            (위 사진은 쇠무릎의 충영)

 

가을에 전원을 산책하다보면 풀씨들이 옷에 붙어온다.

그중에서 도깨비바늘이나 쇠무릎의 씨앗이 가장 질기게 붙어오는 놈들이다.

쇠무릎의 씨앗은 갈고리 같은 미늘이 세 개가 달린데다

끈끈한 접착제까지 있어서 털어내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다.

 

 

 

어느 해인가 쇠무릎이 독도에 상륙해서 갑자가 크게 번졌는데

하필이면 그 지역이 철새인 바다제비의 집단 서식지였다.

바다제비가 둥지를 들락날락하면서 쇠무릎에 날개만 스쳐도

끈끈한 씨앗이 붙은 줄기에 몸이 엉켜서 날 수가 없게 된다.

 

환경연구팀의 조사에 의하면 독도에는 해마다 200여 마리가 날아오는데,

쇠무릎 군락지에서 발견한 바다제비의 사체가 116마리라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바다제비를 노리는 맹금류인 황조롱이까지

이 쇠무릎에 걸리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한다.

 

육지의 새들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쇠무릎이 새들을 잡아먹으려고 그런 씨앗을 만든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이 독도에 시비를 걸어와서 국민들이 독도를 많이 찾다보니

누군가의 옷에 쇠무릎의 씨앗이 묻어왔을 것이라고 한다.

쇠무릎이 튼튼하기로서니 그 먼 바다까지 건널 줄이야...

 

2013. 4. 27. 꽃 이야기 243.

 

 

 

비름

Amaranthus mangostanus L.

 

들이나 밭, 길가에 나는 비름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1m 가량. 잎은 넓은 타원형이고 어긋난다.

7월 개화. 어린잎을 식용한다.

한국, 일본, 인도, 열대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개비름, 참비름

* 근연종으로 개비름, 털비름 등 10여종이 있으며,

개비름은 잎 끝이 옴폭 들어갔고 높이 자라지 않으며,

털비름은 전체에 털이 많고 거칠며 비름보다 크게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