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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가을에 피는 꽃

개미취 이름의 디텍티브 스토리

 

개미취

Aster tataricus L.f.

 

양지바른 산자락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1.5m.

줄기에 짧은 강모가 드문드문 난다.

9~10월 개화. 뿌리는 약용하고 어린 싹은 식용한다.

한국, 일본 및 동북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들개미취, 애기개미취, 자원(紫苑)

 

 

 

 

 

 

1968년 1월 21일, 31명의 자객들이 대궐 앞까지 들어왔다.

왕은 노발대발하며 당장 향토예비군을 창설하라는 어명을 내렸다.

두 달 만에 법령을 만들고 수백만 벌의 예비군복을 생산했다.

예비군 창설식 하루 전날 저녁에야 향군 마크가 두메 고을까지 도착했다.

 

아이들은 이 마크를 나누어주러 동네 집집마다 다니면서,

예비군복과 모자 어느 위치에 '향군 마크' 붙여야한다는 전달을 했다.

'아지매요, 내리 아침에 예비군 모일 때 '항굼마꾸' 붙이고 오라니더.'

‘ 항금바쿠라꼬?  참 ‘황금바쿠’ 맹키로 생깄네...요걸 오데다 붙이라꼬?'

 

두메산골에서 '향군'과 '마크'는 귀에 설고

 '황금'과 '바쿠'(바퀴의 경상도 방언)는 아는 말이라서

하루 저녁 사이에 '황금바쿠'로 묵시적 합의가 이루어 졌다.

게다가 예비군 마크에는 노란색 월계수 잎이 타이어 무늬처럼 두르고 있어서

날이 갈수록 '황금바쿠'가 맞는 이름임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개미취) 

T.V가 있던 읍내에서는 '항금 빳지'가 되었다가 '황금박쥐'로 둔갑했다.

당시에는 '황금박쥐'라는 만화 영화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었던 데다가,

예비군 마크 가운데 한반도 디자인이 박쥐 모양을 닮아서였을 것이다.

며칠 사이에 30리 떨어진 두메와 읍내의 이름씨가 이렇게 달라졌다.

 

오래된 우리의 꽃 이름 중에는 이런 식으로 변음된 것이 많은 듯하다.

개미취도 몇 년 동안 추리를 해보았지만 본명이 아닐 거라는 의심이 들었다.

이 식물에서 개미를 끌어들일 어떤 단서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자료에서 '줄기에 난 털이 개미처럼 보여서 개미취라고 한다'는

유래설을 보고서 다시 자세히 살펴보아도 그럴 만한 혐의가 없었다.

 

고심을 거듭한 결과 미역취에게 짙은 혐의가 갔다.

같은 국화과의 식물이니까 봄나물로 먹을 때에는 모양이 비슷해서,

저건 ‘미역취’고 이건 ‘개미역취’라고 구분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하루 밤 사이에 ‘향군 마크’가 ‘황금박쥐’로도 둔갑하는데,

‘개미역취’라고 부르다보면 ‘개미취’가 되는 일은 쉽지 않겠는가.

 

(갯개미취)

개미취는 그 이름 때문에도 오랫동안 고민을 했던 식물이지만,

한동안은 쑥부쟁이와 구분을 하지 못해서 애를 먹었다.

몇 년 동안 꽃을 벗 삼다 보니 개미취는 윗부분에서 꽃이 몰려서 피고,

쑥부쟁이는 밑동부터 가지를 치고 꽃을 피우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되어서

요즈음은 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치더라도 금방 무엇인지 안다.

 

쑥부쟁이와 개미취의 꽃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가려낼 수 없다.

때로는 한 발 물러서서 세상일을 바라보면 현명해질 때가 있다.

 

 

2013. 3. 6. 꽃 이야기 191.

 

 

 

 

 

벌개미취

Aster koraiensis Nakai

 

산이나 들의 물기가 있는 곳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50~60cm. 줄기에 팬 홈과 줄이 있다.

6~10월 개화. 어린순은 식용하고 조경용으로 심는다.

한국(황해도 이남) 특산식물이다.

[이명] 고려쑥부쟁이

 

 

 

 

 

 

 

갯개미취

Aster tripolium L.

 

바닷가 습지에 나는 두해살이풀. 높이 30~100cm.

전체에 털이 없고 밑은 붉은 빛이 돈다.

잎은 반 정도 줄기를 감싸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9~10월 개화. 한국, 동북아시아,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갯자원, 개개미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