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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백두산에 피는 꽃

선봉령 습지에 나부끼는 황새풀

황새풀

Eriophorum vaginatum L.

 

습지에 나는 사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50cm.

줄기 밑동은 원통형이고 상부는 세모지다.

7~8월 개화. 작은이삭은 꽃이 필 때 15mm 정도에서

25mm 까지 자라며 흰색의 둥근 덩어리로 된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북반구의 초원지대에 분포한다.

[이명] 타래예자풀

 

 

 

 

 

 

연길 공항에서 백두산을 가자면 선봉령이라는 고개를 넘는다.

선봉령은 연변 조선족자치주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하는데,

산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구릉이나 고원지대라고 할 수 있다.

 

그 대평원의 어느 곳엔가 9만평이나 되는 습지가 있다.

울창한 숲을 한 시간 반 정도 걸어야 나타나는 그곳은

뚜렷한 길이 없어서 안내인들도 종종 길을 잃는 곳이다.

 

해발 1530미터에 있는 이 고원습지는 옛날에 비행장이었다고 한다.

일본이 세운 괴뢰정권인 만주국이 존재하던 1940년 무렵에,

로리커(老里克)라는 사람이 겨울철에 습지가 어는 특징을 이용하여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 위하여 이곳에 비상활주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특별한 고원 습지에 살면서 꽃이 무척 아름답다는

장지석남을 보려고 개화시기에 맞추어 그곳을 찾았다.

그러나 그 초원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를 사로잡은 것은

드넓은 초원에 가득히 나부끼는 황새풀의 군락이었다.

 

 

그 이름처럼 풀밭에 내려앉은 황새의 무리 같았다.

몸을 낮추어 파란 하늘이나 구름에 그 풀꽃을 띄워보면

그들은 하늘을 나는 황새의 무리가 된다.

 

어디선가 ‘백학’(cranes)이라는 노래가 들려오는 듯하였다.

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곡으로,

장중하면서도 애조를 띤 선율이 짙은 여운을 남기는 음악이다.

이 노래는 전사한 군인들의 영혼들이 백학이 되어 날아간다는

슬픈 내용으로 요시프 카프존의 노래로 널리 알려졌다.

 

사람의 흔적도 없고 원시의 신성함마저 느껴지는

선봉령 고원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일본군과 대한독립군과의 전투였다.

김좌진 장군이나 홍범도 장군 같은 분들이 이끄는 독립군 들이,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 땅이나 다름없었던 간도 땅에

일본군의 진출을 막기 위해서 깃털처럼 목숨을 바쳤다.

 

선봉령 초원 가득 흩날리는 황새풀이 그들의 영혼은 아닐는지...

그곳은 불과 백여 년 전만해도 우리 역사의 무대였었다.

 

2013. 7. 1. 꽃 이야기 260.

 

 

 

* 참고자료

 

원래 체첸공화국 민요를 번안한 것으로 SBS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곡으로 유명했던 이곡은
러시아의 가사가 아닌 러시아와 적대관계로 독립투쟁을 벌이고 있는 체첸공화국의 음유시라 한다.
'Crane(백학,두루미)'이라는 제목의 이 곡은 체첸 유목민 전사(戰士:Warrior) 들의 영광된 죽음을

찬미하는 음유시에 러시아 가수가 현대적인 곡을 붙인 것이다.

Iosif Kobzon - Cranes (白鶴)백학

Мне кажется порою что солдаты,
나는 가끔 병사들을 생각하지
С кровавых не пришедшие полей,
피로 물든 들녘에서 돌아오지 않는 병사들이
Не в землю нашу полегли когда- то,
잠시 고향 땅에 누워보지도 못하고
А провратилисъ в белых журавлей.
백학으로 변해버린 듯하여
Они до сей поры с времён тех далъних
그들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날아만 갔어
Летят и подают нам голоса.
그리고 우리를 불렀지
Не потому лъ так часто и печалъно
왜, 우리는 자주 슬픔에 잠긴 채
Мы замолкаем, глядя в небеса.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잃어야 하는지?
Летит, летит по небу клин усталый,
날아가네, 날아가네 저 하늘의 지친학의 무리들
Летит в тумане на исходе дня.
날아가네 저무는 하루의 안개 속을
И в том строю естъ промежуток малый,
무리 지은 대오의 그 조그만 틈 새
Бытъ может, это место для меня
그 자리가 혹 내 자리는 아닐런지
Настанет денъ,и с журавлиной стаей
그날이 오면 학들과 함께
Я поплыву в такой же сизой мгле,
나는 회청색의 어스름 속을 끝없이 날아가리
Из- под небес поптичъи окликая

대지에 남겨둔 그대들의 이름자를
Всех вас,кого оставил на земле.
천상 아래 새처럼 목 놓아 부르면서..
Мне кажется порою что солдаты,
나는 가끔 병사들을 생각하지
С кровавых не пришедшие полей,
피로 물든 들녘에서 돌아오지 않는 병사들이
Не в землю нашу полегли когда- то,
잠시 고향 땅에 누워보지도 못하고
А провратилисъ в белых журавлей.
백학으로 변해버린 듯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