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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한여름의 숲과 들

꿀풀과의 우등생, 석잠풀

 

석잠풀

Stachys japonica Miq.

 

산이나 들의 다소 습한 곳에 나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cm ~60cm. 줄기는 모가지고 곧게 선다.

6~8월 개화. 마디마다 6개씩의 꽃이 돌려난다.

어린싹을 식용한다. 한국(전역) 및 동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이명] 민석잠풀, 배암배추, 뱀배추

 

 

 

 

 

꿀풀 동네에는 비슷한 아이들이 많아서 한 학급을 만들고도 남는다.

꿀풀, 익모초, 송장풀, 탑꽃, 곽향, 층꽃풀, 쉽싸리, 석잠풀,

속단, 광대수염, 층층이꽃, 박하, 향유, 조개나물, 골무꽃 ...

고만고만한 아이들의 이름을 늘어놓자면 금새 한 교실이 가득 찬다.

 

국민학교 때부터 마지막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어느 과정에서나

학급에서 두어 명 정도는 두드러지게 총명한 아이들이 있었다.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을 때에도 군계일학들은 금방 눈에 들어왔었다.

 

그런 학생들은 학기가 끝나면 동료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우등상을 받았다.

‘위 학생은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방정하여 타의 모범이 되므로...’

라는 소리를 ‘위 학생’이 아닌 입장에서 십년이 넘도록 들었다.

요즈음은 상장에 어떤 문구를 쓰는지는 몰라도 풍문에 듣기로는

‘학업 성적이 우스웁고 품행이 방정맞아도’ 뭐라도 잘 하는 것을 찾아내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상을 준다고 하니 교육적인 면에서 좋은 일이다.

 

 

수많은 종류의 들풀들도 저마다 특별해서,

그 어떤 식물만을 어여쁘고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다. 

굳이 고르라면 ‘꿀풀 학교’에서는 석잠풀을 우등생으로 꼽고 싶다.

 

나는 차를 타고 지나치면서도 석잠풀의 모습에 반한 적이 있다.

길가 풀섶에서 반듯하게 자라는 모습이 찰라에도 눈에 들었기 때문이다.

꽃을 들여다봐도 곤충이 날아와 앉을 자리, 꿀샘으로 가는 길, 

꽃가루가 묻는 곳들을 분명하게 표시하고 정리해 놓았다.

그러니 곤충들과의 거래도 얼마나 깔끔할는지 미루어 짐작이 되므로,

‘수분 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방정하다’고 석잠풀을 칭찬하고 싶다.

 

석잠풀은 한자로 ‘石蠶풀’이라고 쓴다.

‘석잠’은 물에 사는 곤충인 날도래의 애벌레를 이르는 말로서,

이 벌레가 누에를 닮았고 물 속 돌에다 집을 지어서 石蠶이라고 한다.

석잠이나 날도래는 민물고기를 잡을 때 미끼로 많이 쓰던

흔한 벌레이지만 석잠풀과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누에가 '석 잠'을 마칠 무렵에 피는 꽃이라는 유래설도 있다.

누에는 잠을 세 번 자고 나서 고치를 짓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잠을 충분히 자야 고치의 실이 곱다고 한다.

옛날에는 거의 농가마다 누에를 기르다시피 했으니,

꽃 이름에 누에와 관련된 이름을 붙였을 법도 했겠다.

 

그러나 이런 저런 유래설을 다 들추어보아도 영 마뜩치 않아서

올 여름에 석잠풀 앞에서 또 옛 일을 더듬어 봐야겠다.

 

 

2013. 3. 1. 꽃 이야기 183.

 

 

 

 석잠풀과 비슷한 식물들

 

 

 

 

 층층이꽃

Clinopodium chinense var. parviflorum (Kudo) H. Hara

 

산이나 들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5~40cm.

원줄기는 네모지며, 곧게 선다. 7~8월 개화.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 뿌리는 약용한다.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층꽃, 층층꽃

*이름이 비슷한 층꽃나무는 마편초과의 반목질성 식물이다.

 

 

 

 

 

 

 

탑꽃

Clinopodium gracile var. multicaule (Maxim.) Ohwi

 

산지의 그늘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0~30cm.

줄기는 모가 지고 길며, 비스듬히 서서 가지가 갈라진다.

6~8월 개화. 한국(주로 남부지방),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산탑꽃, 산탑풀, 섬탑풀

* 애기탑꽃은 줄기가 가늘고 꽃이 분홍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