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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한여름의 숲과 들

상여 위에 올라탄 꼭두서니

 

꼭두서니

Rubia akane Nakai

 

들이나 산에 나는 꼭두서니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길이 1m 가량.

원줄기는 네모지고 능선에 밑을 향한 짧은 가시가 있다.

잎은 네 장씩 돌려나기를 한다. 6~8월 개화. 뿌리는 약용, 천연염료용,

연한 잎은 식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꼭두선이, 가삼자리

 

 

 

 

 

어릴 적에 보았던 상여행렬은 참 신기했다.

상여는 길도 없는 들과 밭을 구름처럼 흘러갔다.

개울도 울타리도 거침이 없이 배처럼 떠갔다.

좁은 다리나 가파른 비탈도 태연하게 넘고 올랐다.

만장을 든 사람들, 상여꾼들, 상주들, 문상객들 그리고

동네 아이들이 따라가면 길이 없던 산에도 길이 생겼다.

황천 가는 길은 그 무엇도 막아 세우지 못하는 걸 그 때 알았다.

 

상여가 그렇게 잘 갈 수 있었던 까닭이 궁금해져서

옛날 상여를 메었던 어른들에게 물어서 답을 얻었다.

큰 상여는 힘 센 상두꾼이 16명이요 그들의 다리가 32개였다.

작은 개울이나 도랑을 건널 때 다리 예닐곱 개 정도는 매달려 건너도

더 많은 다리가 밀고 버티므로 상여가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탱크나 포크레인이 웬만한 간격은 다 지나가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좁은 다리나 넓은 개울 앞에서는 대형을 조정하느라 지체한다.

요즘에 영구차가 튼튼한 다리를 건너갈 때도 멈칫거리며 지체하는

시늉을 하는 것은 이런 상여행렬의 풍습에서 왔으리라고 짐작이 된다.

상여꾼들은 고도로 협동이 잘 된 집단체조 선수처럼 움직였다.

 

저승 길잡이인 '꼭두'가 있어서 상여가 잘 가는지도 모른다.

꼭두는 상여 꼭대기에 올라탄 작은 나무 인형이다.

그 상여행렬을 지휘하는 사람은 '요령잡이'나 '선소리꾼'이라고 불렀다.

큰 상여에서는 상두꾼이 많았으므로 요령잡이가 상여에 올라탔고,

작은 상여에서는 앞장서서 요령을 흔들며 상여행렬을 이끌었다.

그의 선창에 따라 상두꾼들은 상여소리를 부르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순정효 황후의 장례식 행렬, 1966, 상여에 올라탄 사람이 요령잡이다.)

 

나는 이 요령잡이가 '꼭두서니'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꼭두서니는 '꼭두에 선 이' 즉 '상여 꼭대기에 선 사람'이다.

'꼭두 앞에 선 사람'이나 '꼭두와 같은 저승 길잡이'라고 해도 좋다. 

 

사전에서 ‘꼭두서니’를 찾아보면 이런 사람을 지칭하는 뜻풀이는 없고,

꼭두서니과의 여러해살이풀이나 이 풀의 뿌리에서 추출한 염료라고 나와 있다.

꼭두서니는 덩굴도 아닌 줄기로 부근에 있는 식물을 잘도 타고 오른다.

줄기에 거꾸로 난 자잘한 가시가 있어서 아무리 높은 곳이라도 타고 올라간다.

꼭두서니가 자라는 모습은 어떤 곳이나 올라타는 상여의 행렬과 같다.

 

상여 행렬이 다리가 많아서 거침없이 행진하는 것처럼

줄기에 난 자잘한 가시들이 다른 식물에 벨크로처럼 달라붙어 올라간다.

이런 모습들 때문에 '꼭두서니'의 이름을 들으면

언제나 '상여 꼭두에 선 사람'이 생각난다. 

 

2013. 3. 4. 꽃 이야기 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