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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신록의 계절에....

뻐꾹채의 이름에 대하여

 

뻐꾹채

Rhaponticum uniflorum (L.) DC.

 

산이나 들의 건조한 양지에 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40~100cm. 전체에 솜털이 밀생하고 가지를 치지 않는다.

잎은 새깃 모양으로 갈라졌으며 길이는 15~50cm 이다.

5~6월 개화. 두상화의 지름 6~9cm. 어린잎을 식용한다.

전세계적으로 1속 1종이며 한국 및 동북아시아에 분포한다.

[이명] 뻑꾹채

 

 

 

 

뻐꾹채는 굵직하고 듬직한 매력이 있는 식물이다.

키가 훤칠하고 꽃봉오리는 큼직해서 거인국에서 온 듯도 하고

현세가 아닌 지질시대에서 온 꽃처럼 낯설기도 하다.

 

뻐꾹채는 충청도나 전라도 지방에서는 아주 보기 힘들고,

경상도나 강원도 지방에서는 그리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할미꽃도 서쪽 지방에는 드물고 동쪽에는 흔한 편인데,

뻐꾹채나 할미꽃이 석회암 지질을 좋아해서 그렇다고 들었다.

 

뻐꾹채는 뻐꾸기가 울어서 피우는 꽃이라고 한다.

뻐꾹채라는 이름은 솔방울처럼 생긴 총포의 갈색 무늬가

뻐꾸기의 앞가슴을 닮아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그럴싸하다.

이처럼 오랜 세월동안 입으로 전해왔음직한 꽃이름은

어느 시대 어떤 학술기관에서 합의한 이름도 아니고,

그 유래를 기록한 문헌도 없으니 시비할 일은 못된다.

 

 

다만 그런 유래설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 같은 사람의 생각은 호락호락 넘어가주지가 않아서 탈이다.

 뻐꾹채의 커다란 덩치에서 뭔가 꼬투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 무렵의 다른 식물들에 비하면 체급이 완전히 다른 듯한 이 식물에서

 어느 날 훌쩍 커버린 뻐꾸기 새끼가 떠올랐다.

 

언젠가 뻐꾸기의 탁란 과정을 촬영한 영상물을 보았는데,

놀랍고 신기하다 못해 기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뻐꾸기는 산란기가 되면 다른 새의 둥지를 미리 봐두었다가

그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슬쩍 가서 알을 낳는다.

뻐꾸기가 애용하는 곳은 개개비나 산솔새, 오목눈이의 둥지다.

외출에서 돌아온 새는 제 알이 몇 개 있었는지 숫자 개념이 없다.

 

신기하게도 항상 뻐꾸기 새끼가 먼저 알에서 깬다.

알에서 깬 뻐꾸기 새끼는 눈도 뜨기 전에 본능적으로

원래 주인 새의 알을 등으로 밀어서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다.

주인 새는 제 새끼인줄 알고 먹이를 물어다 남의 자식을 키운다.

뻐꾸기 새끼는 며칠 만에 가짜 어미보다 덩치가 커져서

어미보다 훨씬 큰 자식을 키우는 기이한 광경을 보았다.

 

(우측 사진 :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어미의 머리가 새끼의 입에 들어간다. 한겨레 생태사진)

 

이런 장면을 떠올리면 그 이름이 별로 탐탁치는 않으나

뻐꾸기의 이름만 얻은 뻐꾹채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나는 선이 굵고 훤칠한 뻐꾹채를 너무 좋아한다.

 

 

2013. 3. 23. 꽃 이야기 216.